미국인들의 생활패턴은 열심히 일하면서 주어진 여건에 맞게 최대한 취미와 특기를 살리고 틈나면 여행을 즐긴다.
롱아일랜드 헌팅턴에 거주하는 이완재(62)씨는 바로 이런 미국 사회의 좋은 점을 내 것으로 만들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건전하게 사는 한인이다. 이씨의 본업은 약사.
그러나 그는 단순한 약사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 미국에 와서부터 취미와 소질을 살려 남들보다 뛰어나게 잘하는 것이 많다. 목수 일도 전문가를 뺨칠 정도고, 스포츠도 너무 잘해 그가 정말 약을 다루고 조제하는 사람인지 의문이 갈 정도다. 이씨의 집안에 들어가면 우선 그가 만든 거실의 리빙룸 세트, 부엌 다이닝룸 세트가 눈에 들어온다. 그 밖에 책장, 식탁 세트 등이 곳곳에 들어서 있어 무엇이 그의 진짜 직업인지 의문이 든다.
한국에서는 약사 일에만 열중했는데 미국에 와서 목수 일에 조금씩 관심을 갖다보니 이렇게 전문가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이씨가 목수 일에 처음 손댄 것은 미국에 이민와 돈이 없어 사지 못하고 소품을 하나씩 만들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그러던 것이 나중에는 수준높은 품목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발전, 책도 보고, 전문가에게서 자문도 구하면서 이제는 집까지 지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목수 일을 틈을 내 하다보니 한 작품을 만드는데 최소 수개월이 걸리더란다. 이런 식으로 그가 만든 작품 중에는 정박돼 있는 배까지 오가는데 쓰이는 소형 배까지 있을 정도다.
그 뿐인가. 이씨는 어릴 때부터 관심이 많던 스포츠도 스포츠의 천국이라 불리는 미국에 와서 경지가 더욱 깊어졌다. 이제는 취미를 뛰어넘어 수영이나 달리기, 그리고 사이클이 프로 수준에 도달했다. 이씨는 매일 매일 갈고 닦은 실력으로 2년 전부터는 수영, 사이클, 달리기 등 3종목을 동시에 소화해야하는 철인3종 경기 선수다. 그외에 이미 이씨는 한국에서부터
태권도 종목에서 블랙벨트까지 딴 공인 4단의 유단자다. 게다가 보트 타기와 스키도 잘해 여름에는 항해, 겨울에는 스키로 체력을 다지고 있다.
이는 뭣이든 시작만 하면 끝장을 보고야 마는 집념과 노력, 끈기, 그리고 인내의 결과다. 이씨는 75년 한번 넓은 곳에 가서 살아보자는 아내 곽정자(57)씨의 말을 듣고 이민을 결심했다. 한국에서 지루하게 느끼던 약국을 걷어치우고 심취하던 태권도 보급을 겸해 시카고로 왔다. 그곳에서 그는 태권도장을 경영했으나 취미에 맞지 않았다.
다시 약사가 되려고 낮에는 도장, 밤에는 공부에 전념해 78년도 약사면허를 취득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다시 운동에 몰두하기 시작, 태권도의 기본동작인 달리기를 거의 매일 하기 시작했다.
10년 동안 이런 식으로 시카고에 살다가 아내가 다니던 보험회사의 뉴욕지사로 발령이 나면서 이곳으로 이주했다.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이씨는 이곳에서도 계속 한국에서 하던 대로 열심히 달리기를 하였다. 그러면서 롱아일랜드 마라톤, 뉴욕마라톤 등 무슨 대회가 있을 때마다 열심히 참가했다. 그리고 90년부터는 아예 유럽 쪽으로 마라톤과 마라톤 휴가를 많이
떠났다. 이렇게 뉴욕에서도 10여년을 보내다 지난 2001년부터 철인3종 경기로 종목을 바꾸었다.
처음 출전한 Vitytra-Tobay Triathlon 대회에서 이씨는 출전한 500여명의 선수 중 5위를 차지하는 실력을 발휘했다. 금년에도 같은 대회에서 지난해보다 두 배나 많이 출전한 선수 가운데 또 5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동양인으로는 물론 유일한 출전자이고 기록도 뛰어나 미국인들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씨는 또 지난 7일 로드아일랜드에서 개최된 The Firmman Half Iron Triathlon 대회에도 참가했다. 기록에는 못 들었지만 계획대로 무사히 완주를 마치고 돌아왔다. 이때 거리는 자그마치 수영이 1.2마일, 사이클 56마일, 마라톤 13.1마일이었다.
이 장거리를 7시간이나 넘게 걸려 미 전역에서 모여든 700여명의 선수들과 함께 마쳤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지난 2년 동안 참가한 크고 작은 경기만도 5차례. 그리고 이제까지 마라톤 공식경기에 참가해 완주한 기록만도 38회다. 이는 웬만한 프로선수보다도 나은 기록이다. 이렇게 무어든 하기만 하면 이씨는 꼭 경지에 올라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아내 곽씨의 말대로 그는 한시도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는 사람이고 모든 것에 적극적이다 보니 이런 결과를 가져오는 것 같다. 이씨의 하루일과는 보통 새벽 5시 기상으로 시작된다. 6시에 베이쇼어 사우스 사이드 허스
피탈에 도착해 약사 일을 2시까지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는 여름철엔 선킨 메도우 스테이트 파크로 구명복을 입고 가드가 있는 해안으로 가 수영을 매주 3~4회씩 한다. 사이클, 달리기는 매일같이 빠지지 않고 하고 있다. 겨울에는 또 버몬트나 위스컨신 등으로 스키를 타러 간다.
그는 시카고에서 유태인제약회사 Gethner사에 다닐 때 3년만에 말단직에서 제너럴 매니저로 승진할 정도로 무어든 일을 시작하면 정신없이 몰두했다. 그는 1년 동안 얼마나 일을 열심히 했는지 회사 수입을 크게 올려 사장으로부터 4년만에 자동차를 크리스마스 보너스로 받기까지 했다. 이처럼 이씨가 매사 일에 몰두할 때 그의 부인은 언제나 뒤에서 말없이 따라다니며 조용히 후원해왔다.
이씨가 매일 체력단련을 하러 나가면 아내 곽정자씨는 집에서 책을 읽거나 샤핑을 하든지, 아니면 그가 힘든 훈련을 하고 돌아와 먹을 식사준비를 하면서 나름대로의 시간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씨가 하는 일에 무슨 준비를 해줄 일이 있을 때는 서슴없이 따라 다니며 내일처럼 도와준다.
아내 곽씨는 시카고 CNA 보험회사에서 사무직을 10년 했다. 뉴욕에 이주해와 또 멜빌 지사에서 13년, 총 23년을 근무하고 4년 전 조기 은퇴했다.
이씨 부부는 틈만 나면 가까운 데는 수시로, 미국 외의 다른 나라는 매년 3~4회씩 함께 휴가여행을 즐긴다.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단련시키며 사는 이씨 부부는 주일이면 교회를 찾아 자신들이 맡은 직분에도 열심이다.
이씨는 롱아일랜드 소재 아름다운 교회 장로로 교회 초창기 때부터 지난 10여년간 자신이 몸소 익힌 실력과 재주로 교회건물에서 생기는 전반적인 문제들을 맡아 고치거나 보수한다.
시카고에서 교회생활 할 때도 어렵게 목회하는 목사들을 위해 강대상이나 십자가를 직접 만들어 주면서 열심히 봉사했다. 아내 곽정자씨도 권사로 예배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봉사에 최선을 다한다. 이는 모두 젊은이들에게 본이 되고 봉사의 교훈을 세우기 위해서다.
이씨는 매년 우크라이나에 1주간 단기선교를 간다. 그곳 주민들에게 수양회를 열어 주고 약물 치료 및 약품 전달로 의료봉사를 실시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졸업 후 15년간이나 손떼고 있던 약학 면허시험을 이씨가 미국에 와 다시 보니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
이씨는 마음 단단하게 먹고 ‘남자가 한번 시작했으면 끝장을 보아야지’ 하면서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합격하게 해달라고. 그후 이씨는 합격하는 기쁨을 맛보게 되었다. 그때부터 이씨는 보람있는 삶을 살기 위해 하나님께 충성 봉사하겠다고 결심, 열심히 교회생활을 하면서 좋아하던 담배까지 끊었다. 이씨의 생활은 이처럼 모두가 생산성 있는 쪽이다.
하나 하나가 건전하고 보람된 것들이고, 건강한 몸을 통해 하나님께 봉사하는 방향이다. 모든 면에 최선을 다하는 이씨의 삶이 부럽기만 하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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