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게는 귀소본능이 있다. 제비는 제철이면 제 고향으로 향한다. 기러기도 겨울을 피해 떼지어 가고, 거북이도 천년을 살고도 자기가 난 곳으로 돌아와 죽는다. 코끼리도 거북이처럼 죽을 때는 자신이 태어난 곳을 찾는다. 진돗개는 아무리 멀리 팔려가도 옛 주인을 못 잊어 돌아오는 귀소성이 뛰어난 동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 연어의 회귀본능은 참으로 신비롭고 거룩하기까지 하다. 한국의 연어는 알에서 깨어난 다음 북태평양 알래스카 근해로 가서 3~4년 동안 살다가 가을이 되면 고향 강물의 독특한 물 냄새를 기억하고, 수억 만리를 헤엄쳐서 자신이 태어난 모천으로 돌아온다. 긴 여정, 때로는 험난한 폭포를 뛰어오르고 온갖 난관을 헤쳐가며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와 알을 낳고는 생의 종지부를 찍는다고 한다. 나침반, 이정표도 없이 수 만리에 떨어져 있던 미물이 자신이 태어난 본래 고향의 물 냄새를 기억하고, 남은 생명의 온힘을 자신이 태어나 자신이 죽을 곳을 향해 쏟는다. 이처럼 동물들은 멀리 갔다가도 자기가 살던 집이나 둥지를 찾아 돌아가는 본성이 있다.
’수구초심(首邱初心)’
여우가 죽을 때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 쪽으로 향하게 한다는 데에서 나온 말로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일컫는 의미를 담고 있다.간사한 동물로 유명한 여우도 죽을 때는 자기가 태어났던 굴 쪽으로 머리를 돌린다는 것은 자기의 고향과 부모를 생각하고 그리워한다는 것 일게다.
동물들도 이런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인간에게 있어 ‘고향’이 가져다주는 의미는 더 말한 나위 없을 것이다.
’고향’
가슴 뭉클한 기억. 마음 한 구석에 아련한 추억으로 자리잡고 우리의 소박하고 훈훈한 마음을 간직할 수 있게 해주는 곳, 그곳이 바로 고향이 아닌가 싶다.누구에게나 고향은 있다. 고향은 우리에게 따뜻함을 주고 때로는 삶의 활력소를 주기도 한다. 마음이 힘들 때나 외로움을 느낄 때도 문득 포근함을 그리워하는 곳이 아마도 고향일 게다.
고향은 언제나 정겹고, 항상 그립고, 늘 편안하고 푸근하다. 고향의 품으로 돌아가면 타향살이의 허전함과 외로움이 눈 녹듯 사라지고, 고향 산천과 고향 이웃들은 언제나 다정하고 반갑다. 그래서 명절 때가 되면 그렇게 고향길이 멀고 교통정체가 심해도 즐거운 마음으로 고향을 찾는가 보다.
’제2의 고향’
고향이란 자기가 나서 자란 곳, 자기의 조상이 오래 누리고 살던 곳을 일컫는다. 그러나 부모의 고향이 반드시 자녀들의 고향일 수 없고 세상살이 흐름에 따라 고향이 달라지는 것이 오늘의 세상 풍경이라 할 수 있다.
고국의 고향을 떠나 뉴욕에 둥지를 틀고 살다보면 대부분이 이 곳을 또 다른 고향으로 여기며 살기 마련이다. 누구에게나 있는 고향. 그 고향이 뉴욕에 사는 동포들에게는 또 하나가 있는 것이다. 어릴 적 뛰놀던 뒷동산,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다람쥐 쫓던 추억이 어린 곳은 아니지만 현재의 삶의 터전인 뉴욕을 제2의 고향이라 생각하며 사는 것이다.
하지만, 한인사회의 웃어른인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좀 다른 것 같다. 연어가 자신이 태어난 하천으로 회귀하듯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흔히 접할 수 있다. 고향을 떠나 사는 아픔이란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깊어지는 만큼 아직도 향수로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고향을 그리워하고 가고 싶어하는 마음은 명절이면 더욱 심해진다고 한다.
11일은 추석이다.추석이 다른 명절과 다른 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향을 찾는다는 데에 있다. 부모를 찾아 뵙고, 형제들을 찾고, 조상을 찾아 산소에 성묘하는 등 추석이 되면 모든 사람들이 고향을 찾게 된다.이와 달리 나이 드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뉴욕에 살다보니 막상 추석이 되어도 고향을 향하는 거대한 행렬 속에 끼이지 못하고 푸른 하늘만 쳐다보며 고국의 고향을 떠올리는 것으로 대신할 뿐이다.
망향의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들의 닳아진 손발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명절 때뿐만 아니라 시
간 되는대로 자주 찾아 위로해 드려야겠다.
chye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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