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희한한 상품이 최고 매출액을 올려 화제가 되었다.
지난주 TV 홈샤핑을 통해 80분간 판매된 캐나다 이민상품이 사상 최고액인 175억원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단 80분간의 매출액이 현대백화점 14개 점포의 하루 판매고인 150억원을 훨씬 넘어섰으니 대단히 인기있는 상품인 것은 분명하다.
이 상품은 캐나다의 마니토바 주정부에서 매년 1,500세대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이민 프로그램이다. 기술이민은 620만원, 취업이민은 2,800만원, 이민 보증금 6,400만원을 예치해야 하는 비즈니스 이민은 850만원이다. 이 상품을 사면 영어 인터뷰를 하지 않고 3년 이상 걸리는 영주권을 1년~1년6개월에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판매에서는 983명이 이민상품을 구입했다고 한다.
이 현상은 요즘 한국에서 얼마나 이민 열풍이 심하게 불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예이다. 한국인의 이민은 구한말 때부터 시작됐다. 만주의 간도지방과 러시아의 연해주, 미국이 이민대상 지역이었다. 그러나 해방 후 본격적인 이민은 60년대부터 시작된 남미 이민과 미국 이민이다. 그 후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이민이 인기를 끌었고 최근에는 동남아 각국까지 이민대상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타향살이 노래를 구슬프게 부르는 우리 민족의 이민은 어쩔 수 없이 고국을 등지고 떠났던 고통스런 이민이었다. 나라를 잃은 망국의 한을 안고 고국을 떠난 사람도 있었고 먹고 살 길이 없어 무작정 떠난 사람도 있었다. 마치 요즘 북한을 탈출하는 탈북자들처럼 처절한 심경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 않다. 한국에서 사는 것 보다 경제적으로 더 잘 살기 위하여, 자녀교육을 위해, 또는 편안한 노후생활을 위해 이민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이민을 떠나는 이유가 이렇다면 한국이 경제적으로나 자녀교육을 위해서나 노후생활을 위해서 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는 말이 된다. 경제가 눈부시게 발전하여 사람들마다 돈 자랑을 하고 돈을 물쓰듯
이 쓰고 호화 사치품이 넘쳐나는 한국의 생활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은 또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국에서도 물론 돈을 벌 수 있고 교육을 받을 수 있고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지만 그런 일이 다른 곳에서처럼 쉽지 않다는 말도 된다. 한국에서 미국생활 수준으로 살기 위해서는 미국 보다 더 생존경쟁을 해야 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고 남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 그리고 남보다 상대적으로 더 잘 살기 위해서는 남의 것을 빼앗고 남을 속이는 일을 서슴치 말아야 한다. 부정부패와 사기, 중상모략, 거짓말이 판을 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한국인의 품성 중에 여러가지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음해하고 헐뜯고 사기하여 상생의 방도를 찾지 못하는 것은 좁은 반도에 갇혀서 5천년을 살아온 탓 때문이다. 우리 민족은 들과 산을 넘어 다른 지역으로 뻗어나갈 수가 없었고 대양을 항해하여 신천지로 진출할 수도 없었다. 밖으로 향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자연히 안에서 죽기 살기로 싸우는 버릇이 몸에 배어버리고 만 것이다.
지금 세계화 시대라고 하여 한국에서는 많은 제품을 만들어 세계시장에 내다 팔아 경제력을 발전시키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인은 학연과 지연을 따지고 약자를 깔보고 자기만 옳다고 생각하고 남을 포용할 줄 모르고 비합리적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하는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화시대의 진정한 세계화는 우리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세계인과 어울릴 수 있어야 달성할 수 있다. 5천년의 유구한 역사와 한반도의 국경과 단일민족인 한민족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과 국경을 넘어 세계속으로 뻗어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이렇게 우리는 세계와 함께 어우러짐으로써 반도국가에 갇혔던 한민족의 역사를 세계사 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자면 한국인들이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 유학이든 이민이든 여행이든 해외로 나와 세계를 보고 배우고 생활화 하는 것이 한민족의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사는 이 미국에 합법이든 불법이든 북한 난민이든 한인들이 많이 와야만 한다.
캐나다의 이민상품 판매를 보면서 미국 이민을 홍수처럼 몰려오게 하는 무슨 방안은 없을까 아쉬운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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