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는 ‘반미’만 있을 뿐 ‘반전’은 없는 것 같다.
엄청난 인파가 시청 앞에 모여 미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을 성토하는 대규모 촛불시위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그러나 한미관계를 우려한 정서 때문인지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그다지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아직도 전쟁의 참화로 고통받는 난민들을 생각하면 한반도 전쟁 후 우리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이 땅에 전쟁은 없어야 한다’고 외치는 반전 운동이 미국을 비롯 서방세계에서 계속되고 있고 북핵문제로 제기된 한반도 전쟁설이 나돌고 있는 상황임에도 한국에서는 왜 그토록 조용한 것일까...
"전쟁 안나요, 날 수가 없어요".
요즘 한국 젊은이들에게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한 이구동성의 대답이다.한 다큐멘터리 프로에서 전쟁 나면 외국으로 도망갈 것이라고 태연하게 말하는 어느 여대생의 말속에서 한반도 전쟁을 둘러싼 한국 젊은이들의 정서를 보는 것 같았다.
미국 한인사회에도 ‘과연 전쟁이 날 것인가, 전쟁 나면 큰일이다’ 등 우려의 시각만 있을 뿐 정작 한반도 전쟁 결사반대를 외치는 움직임은 없다.
한반도에 전쟁이 날 경우 이라크전보다 훨씬 많은 수백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고 그동안 우리가 이룩한 경제발전은 다시 수 십년 뒤쳐지게 된다는데...
물론 여러 정황으로 보아 전쟁 가능성은 희박할 수 있다. 그러나 전쟁이 난다면? 우리는 우리 조국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이 땅에 처절한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전쟁은 막아야 한다. 팔 다리가 잘린 이라크 어린이들의 고통스런 모습을 떠올리며 지난해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월드컵의 함성이 전쟁 종식을 위해 다시 한번 울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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