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넘어도 늦둥이‘거뜬’
워싱턴주 타코마에 거주하는 모건 잔투아는 첫 딸 오리엘을 낳은 후 쑥스러운 인사를 많이 받았다. 초산부인 그녀의 나이가 51세였기 때문이다.
병원의 한 수유상담원은 ‘초짜 엄마’인 잔투아의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신상기록에 산모 나이가 51세로 되어 있어 15세를 잘못 기록한 것인 줄 알았는데…”라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최근 들어 잔투아처럼 폐경기가 임박한 나이에 과학의 힘을 빌어 첫 아기를 출산하는 ‘지각 엄마’들이 늘고 있다. 커리어 관리에 매달리느라 출산적령기를 놓친 기혼여성들이 ‘입신의 꿈’을 이룬 뒤 뒤늦게 ‘가족 만들기’에 눈을 돌리면서 생긴 현상이다.
나이든 초산부들은 거의 예외 없이 전문직 종사자들이다. 잔투아만 해도 타코마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특별 프로젝트를 관장하고 있는 ‘커리어 우먼’이다.
지난 1999년 9월, 48세의 나이에 첫 딸 루시를 낳은 극작가 웬디 워서스타인이라든지 작년 4월 딸을 출산한 46세의 여배우 지나 데이비스, 3년 전인 55세 때 쌍둥이 트래비스와 라이언을 세상에 내놓은 세인트루이스 대학의 배구코치 마를린 놀렌 등이 좋은 예에 속한다.
늦은 나이에 ‘임신’을 시도하는 여성들 가운데 상당수가 연하의 남편을 두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한 예로 6년 전 50세의 나이로 ‘늦둥이’ 첫 딸 사라를 본 버사크 쿡의 남편 데이비드는 그녀보다 거의 20년 연하다.
버사크는 사우스센트럴의 한 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던 중 44세에 당시 동료 교사였던 데이비드와 결혼했다. 워낙 만혼이었기에 버사크는 아기욕심을 접었으나 46세인 옆집 여성이 인공수정 기술을 이용해 엄마가 되는 것을 지켜본 후 마음을 고쳐 먹었다. 이들은 1만2,000달러를 투자한 끝에 기증 받은 난자를 이용해 사라를 낳을 수 있었다. 입양 경비인 2만달러보다 싸게 먹힌 셈.
현재 그녀의 남편 데이비드는 캘리포니아주 법무차관으로 활동중이고, 올해로 6세가 된 사라는 지능지수 155를 자랑하는 귀염둥이 금발 소녀로 성장해가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인공수정 전문가이자 USC 교수인 리처드 폴슨은 지난 11월 미의학협회지에 기고한 논문에서 “이제는 50세가 넘은 여성도 기증 받은 난자를 이용해 젊은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얼마든지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아세리 케이는 1997년 그의 도움으로 63세의 나이에 출산을 해 도하 각 신문의 머릿기사를 장식한 바 있다.
그러나 지각 출산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자식 욕심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나중의 결과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게 비판론자들의 시각이다. 50대에 아기를 가지면 “결국 고아를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냐”는 것. 또 비싼 경비 등으로 인해 난자기증에 의한 인공수정이 부유층의 전유물처럼 되어가고 있다는 점 역시 논란거리를 제공한다.
이런 반론을 의식, 보스턴의 ‘브리검 앤 위민스’ 병원은 49세 이상 여성에게는 난자기증에 의한 임신시술을 허용치 않고 있다.
하지만 지각 엄마들은 평균수명이 늘어나 웬만한 경우 늦둥이 뒷바라지에 지장이 없고, 열심히 일해 경제적 토대를 마련한 후에 아기를 갖는 것인데 문제될 게 무어냐고 반문한다.
하긴 ‘인간복제 시대’가 열렸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세상이니 50대 초산 정도는 입방아에 오를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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