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못 받으면‘종이 호랑이’
배정된 380억달러 모자라 의회에 추가 요청
재정적자·이라크전 비용에 발목 지원 못해24일 문을 연 조국안보부는 명실상부한 ‘권부’인가 아니면 속이 빈 강정인가.
적어도 외형상으론 조국안보부의 위상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입방아를 찧기 힘들다. 나름대로 한가락씩 한다는 22개 유관기관들을 흡수해 행정부의 대테러 정책을 총괄하게 될 조국안보부의 위상은 가히 하늘을 찌른다. 조국안보부는 15번째 내각 부서로 행정부의 ‘막내’다. 하지만 19만명의 직원을 거느린 우람한 덩치와 38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올 회계연도 예산만으로 따지자면 전체 내각 부서 가운데 당당 3위에 해당한다. 이 정도면 부서명 앞에 따라붙는 ‘맘모스’나 공룡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자체적인 정보수집 권한은 부여받지 못했으나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이 수집한 방대한 국내외 정보를 미가공 상태로 넘겨받아 자체적인 분석작업을 벌이게 되니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최고 부서로서의 자부심을 가질 만도 하다. 그러나 예산지원이 제대로 따라주지 않을 경우 조국안보부는 거대한 몸집을 지탱해줄 먹이를 얻지 못해 결국 멸종의 길을 걷고만 공룡의 꼴이 될 수도 있다.
워낙 방대한 기구이다 보니 부시 대통령이 의회에 요청한 380억달러의 예산만으론 차질 없이 업무를 수행하기 힘들지만 재정적자에 발목이 잡힌 여당은 국내안보 관련 예산의 증액을 요구하는 민주당의 공세에 귀머거리 시늉을 하고 있다.
초대 장관인 톰 리지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힘을 빌어 국내 테러위협에 1차적으로 대응하는 소방국과 비상의료기구 인력비로 35억달러를 배정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의회는 꿈쩍도 않고 있다. 카운티와 시 정부들은 예산부족으로 테러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할 수 없다며 벌써부터 아우성이다. 주무부서인 조국안보부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런 예는 얼마든지 있다. 조국안보부의 지방 기구에 해당하는 솔트레이 시티의 비상대책팀은 통신센터 건립을 추진하기 위해 예산을 요청했는데 이제까지 고작 5만달러를 배정 받았을 뿐이다.
역시 조국안보부의 휘하에 들어가는 해안경비대는 미국의 항만을 테러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첫 해에 10억달러, 이후 9년간 매년 5억달러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냈으나 9·11사태 이후 지금까지 16개월간 연방정부가 건네준 지원금은 3억1,800만달러가 전부였다. 이 때문에 LA와 롱비치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항만은 보호철책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외부의 공격에 거의 무방비상태 놓여 있다.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는 경제 침체로 세수가 줄어들고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데다 이라크와의 전비를 생각해야 하는 궁색한 처지이기 때문에 조국안보부의 예산증액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돈주머니를 풀지 못하고 있다.
조국안보부가 빛 좋은 개살구, 혹은 속 빈 강정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설득력을 지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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