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의 긴밀한 협조로 반미감정이 속히 해소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여중생 2명을 장갑차로 압사시킨 운전병과 관제병에 대한 미군법정의 무죄판결로 촉발된 본국의 반미시위를 바라보는 북가주 한인들의 심정은 "착잡하다"는 말로 요약된다.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연일 계속되는 촛불시위와 미국을 방문중인 여중생 사망 항의단이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의 개정과 부시대통령의 직접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북가주 한인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반응은 반미감정의 확산에 대한 우려감이다. 오재봉 상항한인회장은 "반미감정의 확산은 교포들 입장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한국민들이 미국의 실정을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오회장은 "부시대통령이 주한대사를 통해 유감을 표명한 만큼 자중해야 한다"면서 "소수민족으로서 미국에 살면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나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상언 샌프란시스코 상공회의소 회장은 "SOFA 개정 추진은 좋은데 반미감정의 확대나 시위는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해천 북가주한국학교협의회장도 "한국이 완전히 통일될 때까지 미국이 주는 영향은 대단히 크다"면서 "미국이 약소국을 경시하는 것은 사실이나 반미확산으로 큰 것을 잃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정회장도 "SOFA는 시기적으로 오래됐고 한국의 권한이 없는 만큼 개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본국민의 반미감정에 심정적으로 동조, 미국의 적극적인 사과와 소파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천희 이스트베이 상공회의소 회장은 "한국내 미국병사라도 한국의 법에 따라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SOFA를 개정해야 한다"면서 여중생 사건에 대해서도 "사과와 보상이 실시되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배태일 인권문제연구소장은 반미감정이 "단순히 이번 사건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한·미간의 불평등한 관행에 대한 불만이 누적돼 나타난 것"이라며 "부시행정부의 대북 강경정책 등 오만한 자세에도 한국민의 불만이 쌓였다"고 분석했다.

사태 수습책에 대해서 배태일 소장은 "감정에 치우쳐 미군철수를 주장해서는 안되고 SOFA 개정을 통해 한·미간의 대등한 관계로 재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범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