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망자 대부분 총상없어 수백명 ‘가스중독’
사망자 대부분 총상없어 수백명 ‘가스중독’
체첸 반군에 의한 모스크바 문화센터 극장의 인질 사태가 90명 이상의 인질이 숨지는 대형 참극으로 막을 내린 직접적 원인이 진압 작전에 사용된 독가스 때문인 것으로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목적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인질범과 인질을 구별하지 않고 살상하는 치명적 화학가스를 사용했다는 점에 대해 국내외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
러시아 내무부는 진압 작전 종료 후 인질 사망자가 30명이라고 발표했으나 7시간 뒤 67명으로 정정했고, 하루 뒤에는 90명 이상이라고 밝히는 등 사망자 수는 계속 늘어났다. 이는 인질들이 가스에 질식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입원한 인질 546명 중 상당수도 중태여서 사망자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인질의 사망 원인에 대해 러시아 당국은 진압 과정에서 피격됐거나 탈진상태에서 진압작전으로 인한 쇼크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병원 관계자들은 4~5명만 총격에 부상했을 뿐 사망자 대부분은 독가스에 질식하거나, 구토로 인해 기도가 폐쇄돼 질식사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당국은 진압작전에 ‘특수 가스’가 사용됐다고 말했지만 가스의 종류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병원에서는 중독된 환자들에 대해 정확한 처방을 내리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외신들은 독극물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러시아 특수부대가 사용한 독가스가 발륨 등 강력 진정제가 포함된 압축가스나 BZ 가스와 같은 무능화 작용제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독가스는 환기구나 폭발물을 이용해 뚫은 건물 벽의 구멍을 통해 살포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정부는 독가스 사용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더 큰 희생을 피하기 위해 불가피했다”고 강조했다. 인질범들이 자폭용 폭탄을 몸에 두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일시에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독가스 사용이 유일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인질범과 인질이 함께 있는 공간에 치명적 독가스를 사용해 인질을 제압하는 것은 거의 시도되지 않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모든 독가스는 구토를 유발하기 때문에 증상만을 보고 사용된 가스를 구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황으로 보아 무능화 작용제 계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무능화 작용제는 양과 농도가 크고, 가스에 가까이 노출될 경우 순식간에 인체를 행동불능에 빠뜨릴 수 있다. 이번 사태에서 인질범 대부분은 가스에 질식한 후 자폭이나 저항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진압부대의 근접 사격에 의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독가스 살포 순간 한 여성 인질은 휴대전화를 통해 가스 살포 중지를 호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우리에게 가스를 살포하고 있어요. 제발 우리를 질식시키지 마세요. (폭발과 침몰에 따라 유독 가스로 가득찬) 잠수함 쿠르스크호처럼 되기는 싫어요.”영국 가디언지는 27일 “가스가 인질을 죽임에 따라 구출작전이 대량학살로 변했다”고 1면 머릿기사로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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