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성정경 총영사의 ‘제대말년’ 발언이 화제다.
얼마전 한국의 국회의원 보좌관들로 구성된 차세대 지도자 그룹이 뉴욕을 방문했다가 귀국길에 LA 총영사관을 들렀다. 이들과 만난 총영사는 자신은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제대말년’ 총영사라면서 특별히 지원해줄 것도, 알려줄 것도 없다는 듯한 말을 했다가 한 보좌관으로부터 ‘제대말년에는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하는 법’이라는 조언(?)을 듣고 머쓱했다는 후문이다.
또한 최근 한국정부가 후원한 오페라 ‘황진이’ 관계자들이 총영사관을 방문했을 때다. 그들은 한국 오페라를 처음으로 미국무대에 선보인다는 설렘속에 미국에 도착, 곧바로 총영사를 찾았다. 총영사가 본부 문화사업국장을 역임했던 사실을 안 그들이 ‘황진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부탁한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총영사의 대답은 뜻밖이었다고 한다. ‘이제 제대말년이니 골프나 치고 지낸다’며 특별한 기대를 하지 말라는 눈치를 보여 어리둥절했다는 것이다.
성 총영사의 진의가 어떠한지 모르겠지만 총영사가 적어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스스로 ‘제대말년’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총영사는 ‘제대말년’의 자유를 부르짖을 수 있는 개인의 입장은 아니지 않는가. 총영사는 모든 한인 동포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공인이다. 공인은 공석에서 해야할 일과 말이 따로 있다는 생각이다.
‘만찬 총영사’라는 말도 있다.
전임들보다 유난히 관저 만찬이 많아서 나도는 말이겠지만 그 뒤 뜻이 개운치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한인 및 타커뮤니티 인사들을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베풀고 현안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외교관으로서 총영사의 중요한 업무 방식 중 하나로 그 자체가 문제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관저 만찬을 갖거나 행사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테이프만 끊는 것이 그 역할을 다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황두환씨가 강도에 생명을 잃어 온 한인사회가 슬퍼하고 LA시장까지 가족들을 찾아 위로의 말을 전할 때 교민을 보호해야할 총영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 1년여 동안 수많은 한국인이 무고하게 생명을 잃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 그들을 한번이라도 찾아 위로의 말을 전하고 치안기관 등에 적극적인 자국민 보호 요청을 하는 모습을 본 기억도 없다.
지난 7월 LA공항 총격사건 때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가 유발 로템 이스라엘 총영사를 만나고 총영사가 희생자 장례식에 참석, 가족들을 위로한 것이 유대인의 파워와 테러에 대한 이슈 때문으로만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LA총영사관 관할 지역 내에 한인인구가 수십만이며 이중 대다수는 아직 한국 국적이다. 조금만 돌아보면 영사관의 손길을 기다리는 딱한 처지의 한국인들이 허다하고 영사관의 안내를 기다리는 한국의 자원(資源)이 되는 2세들과 외국인들이 너무나 많다.
LA카운티 박물관의 한국관 문화재 설명에 잘못된 영문표기가 버젓이 부착돼있어 더 자세한 설명을 원하는 2세들과 외국인의 전화가 오늘도 줄을 잇고 있다. 영사관 웹사이트에는 아직도 오자 투성이다.
한인사회에서는 한인들의 주요 행사에 교민영사가 불참한지는 오래됐고 부총영사는 총영사 대리영사로 전락했다는 지적과 불만들이 나오고 있다. 총영사가 ‘제대말년’이라 하니 영사들도 복지부동이라는 말이 나온다면 큰 일이다.
총영사가 진정 ‘제대말년’이라면 혹 흐트러진 속옷마저 보일까 감히 소매부터 여밀 일이다.
“내가 조국과 국민들을 위해 바칠 수 있는 것은 피와 땀과 눈물”이라는 윈스턴 처칠의 거대한 명언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진정 조국을 위하고 동포들에게 봉사하는 총영사를 갖기를 원하는 것은 한 두사람의 바램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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