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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정희 편집위원>
“예산 삭감으로 도서관이 책을 구입하지 못하고 있다. 교도소 도서관에는 책이 넘치고 일반 도서관에는 책이 없으니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 있는가”
90년대 중반 한 미국 칼럼니스트가 정부시책을 꼬집은 내용이다.
당시 캘리포니아는 예산부족으로 교육, 복지등 여기저기서 예산을 깎아내며 어렵게 살림을 꾸려나가던 때. 반면 삼진법을 도입하는 등 범죄퇴치에 주력하느라 치안 관련 부서에는 예산이 집중 배정되던 상황이었다. 덕분에 교도소 같은 데는 예산이 넉넉해 도서관도 새로 꾸미고 의료시설도 개선하면서 재소자들의 복지에 돈을 투자했다.
죄에 합당한 벌을 주되 재소자들의 기본인권은 존중한다는 것이 민주사회의 정신이고 보면 바람직한 행정이라고 할수 있다. 문제는 일반시민들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치안에 역점을 두다 보니 결과적으로 재소자들이 일반 시민들보다 정부로부터 더 우대를 받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주가 되는 것과 대수롭지 않은 것의 순서가 뒤바뀌어 경중이 잘못 처리되는 사태를 보통 주객이 전도되었다거나 본말이 전도되었다고 한다. 그 비슷한 표현으로 녹의황리(綠衣黃裏)라는 말도 있다. 한마디로 비싼 실크를 안감으로 쓰고 싸구려 화학섬유를 겉감으로 옷을 만드는 형국을 말한다.
중국사람들은 원래 황금색을 귀한 색으로 여겼다. 황제의 의복에 황금색을 주로 쓴 것은 그 때문이다. 반면 초록은 천한 색으로 통했다. 초록색 옷을 지어 황색으로 안을 받쳤다는 말은 귀한 것과 천한 것이 뒤바뀐 상황을 말한다. 첩에게 밀려난 본처가 자신의 처지를 빗대어 노래한 시에 나온 구절이라고 한다.
지난달 29일의 서해 교전사태에 대한 한국정부 당국의 태도가 너무 어정쩡해 여론이 시끄럽다. 북측의 계획적 도발이었는지, 남한 꽃게잡이 어선들이 조업경계선을 넘어서면서 우발적으로 터진 교전인지 아직 불분명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교전중 한국의 해군장병들이 전사했고, 나라를 위해 바쳐진 그 목숨들에 대한 정부측 예우가 형편없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은 장병들의 빈소나 병실도 찾지 않은 채 월드컵 참관차 일본으로 떠났고, 영결식에는 국무총리와 국방부장관, 합참의장등 군 수뇌부가 대거 불참했다. 국민들은 “모두가 햇볕정책 탓이다”며 감정이 격앙된 상태이다.
대립보다는 포용으로 남북통일의 길을 열겠다는 햇볕정책의 기본 뜻은 옳다. 남북대화를 위해 그 이상의 대안도 없다. 하지만 포용에 너무 공을 들이다 보니 내 자식은 내팽겨쳐두고 남의 자식만 챙기는 듯한 인상을 줄때가 있다. 주객전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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