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은 평소에는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다가도 국난을 만나면 똘똘 뭉쳐서 위기를 헤쳐 나가는 저력을 발휘한다. 분명한 목표가 설정되고 자발적 동기만 유발되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한국사람들의 가장 큰 장점이다”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 한국인 비판’이란 책을 써서 맞아 죽기는커녕 한국민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받았던 일본인 이케하라 마모루가 한 말이다. 지난 1999년 발간된 책에서 그는 한국인의 염치없음, 매너 없음, 무질서, 잘못된 가정교육 등을 한바탕 비판하고 나서는 "그래도 한국사람들에게는 장점이 많기 때문에 미래가 밝다"며 위의 말을 했었다.
그가 이번 월드컵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3년 전 자신이 한 말이 이렇게 분명한 현실로 드러난 데 대해 스스로도 놀랐을 것 같다. 분명한 목표가 설정되고 자발적 동기가 유발되자 엄청난 위력이 한반도에서 유감 없이 발휘되었다.
25일 독일과의 준결승전에서 패배, 승승장구하던 한국팀의 상승 기세는 일단 꺾였다. 하지만 한국선수들이 6월 한달 동안 월드컵 무대에서 이뤄낸 신화의 흥분은 쉽게 가시지 않을 태세이다. 이날 아침 남가주 한인들이 나누는 인사들은 "그만하면 잘 싸웠다" "4강까지 갔으면 됐지 더 바라면 욕심이다" "후회 없는 경기였다" 등.
아울러 숨죽인 채 경기를 쫓던 긴장이 풀리면서 ‘신화’의 원동력에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이다. 경험으로 보나 개인기술로 보나 체격으로 보나 뒤쳐지는 한국선수들이 어떻게 폴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같은 유럽의 강호들을 격파할 수 있었을까.
한국의 역학자들 사이에서는 ‘운세론’까지 등장한 모양이다. 한국의 운세가 상승하면서 축구도 잘하게 되었다는 해석이다. ‘운’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그보다 더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강인한 정신력’이다. 선수 자신들의 투혼과 붉은 악마를 주축으로 한 전국민의 응원이 한국선수들을 심리적으로 무장, 능력의 극대치 혹은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하도록 했다는 해석이다.
스포츠 분야에서 ‘정신력’은 점점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선수들이 어느 경지에 오르고 나면 육체적 능력은 비슷해져서 결국 정신력이 승패를 좌우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감을 갖고 긍정적 상상을 하면 뇌에 변화가 일어나면서 뇌가 관장하는 몸에 직접적 영향을 초래한다는 것이 신경과학자들의 연구결과 밝혀지고 있다.
그래서 각국 올림픽 위원회는 몇년 전부터 운동 코치들 외에 스포츠 심리전문가들을 고용하는 추세이다.
이번에 증명된 한국인들의 강인한 정신력, 그로 인한 저력이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흐름을 긍정적으로 바꿔놓기를 기대한다.
<권정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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