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늘 오시는 노인환자 한 분이 예정보다 일찍 오셨다. 내년 2월이면 95세가 되는 흑인 노인인데 정정하시고 지팡이는 모양새로만 들고 다니는 이제껏 전립선 비대증 수술 외에는 이렇다할 큰 병을 앓은 적도 없고 웬만한 약도 안 드시는 분이다. 다만 연세 때문에 정기적 검진을 받으려 들르시곤 한다.
간단한 검진 후 주저하며 하시는 말씀이 바이애그라를 먹어도 괜찮겠느냐는 것이었다.
어안이 벙벙해진 나는 "잠깐 기다리시라"고 한 뒤 밖에서 생각을 정리해봤다. 검진 결과는 아무 이상이 없으니 건강 때문에 못 드린다고는 할 수 없고 혹시 노망이신가 아니면 장난삼아 그러나 생각을 해봐도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나이 때문에 못 드린다고 할 수밖에 없는데 실망이 크실 것 같아 그럴 수도 없고….
아무튼 다시 진료실로 들어가서 확인을 해보고 부작용에 관해 강도 높게 설명해 드렸다. 그만하면 포기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은 "그런 부작용 정도는 다 알고 왔다"는 데서 무너졌고 사람은 양보다 질로 살아야 한다는 훈계(?)에 그만 샘플을 하나 드리고 말았다.
우리는 지금 어느 때보다도 빨리 변하는 세대에 살고 있다. 3년이면 세대차이가 난다는 청소년들은 놔두고라도 장년, 노년의 세대도 지난 세대에 비하면 놀랄 만큼 젊은 사고방식에 장수까지 누리고 있다.
20여년 전에는 90세 생일에 백악관에서 축하엽서를 보냈고 100세 때는 대통령 부인의 친필 축하편지가 왔었다. 지금은 그런 엽서나 편지를 본지가 오래다. 왜냐하면 90세 이상 장수하는 노년층이 너무 많아져서 더 이상 보내지 않기 때문이다.
의학과 과학의 발달로 좀 더 정확한 건강에 관한 이해와 지식, 조직적이고 과학적인 운동, 셀 수도 없는 건강약품들의 홍수 속에서 우리 모두가 여러모로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양적으로 늘어나는 삶의 시간은 질적인 내용의 뒷받침이 없다면 상당히 부담이 될 것 같다. 살아있다는 자체만 가지고는 삶의 목적이나 의미가 부족하다는 것을 우리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많은 장년 노년층들이 수십년 전의 같은 나이에 비해 보다 활동적인 사회활동을 하고 여가선용, 개인생활 등도 젊어지는 경향이 뚜렷하다. 환갑잔치라는 인생의 끝내기 잔치를 차리는 분들이 드물고 로맨스 영화의 주역들이 심심찮게 40대, 50대인 것을 보면 사회의 중심을 이루는 연령이 점점 연장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남들이 다 건강하고 의미 있는 노년을 살아간다고 해서 본인도 별다른 노력 없이 세대의 흐름 속에 같이 활동적이고 건강한 삶을 누릴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우리가 능동적으로 그동안 개발되어 온 건강에 관한 정보나 약품, 운동들을 활용하고 적극적으로 활동적이 되고 젊은 사고방식을 각자 개발하지 않는다면, 빠르게 변화되는 세대 속에 몸도 마음도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94세 노인의 바이애그라 생각은 삶을 느끼는 긍정적인 면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을까. 결과야 어떻든 간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