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계에서는 ‘좀 한다’하는 어떤 래퍼를 인터뷰할 때였다. 작가 선생님이 뽑아놓은 질문 중에 무대에서 립싱크를 하는 이유에 대한 대목이 있었다.
질문이 좀 모질다 싶어서 “정 껄끄러우면 이 질문은 건너뛰자”고 했더니 오히려 자신이 부탁한 질문이었다는 것이었다.
‘이런 대견한 일?’이 하면서 대답을 들었다. 결국 요지는 하나였다. 자신이 그 무대에서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에 따라서 결정한다는 말이었다.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는 안무를 소화하면서 랩을 해야 하는데 최소한 자신에게는 그것이 부담이 되기 때문에 한가지를 포기한다는, 차분하면서 당당한 대답이었다.
공감했다. 부연하자면 그 친구는 자신의 랩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프로그램에서는 모두 라이브로 불렀다.
‘가수는 노래를 하는 사람이다’라는 말에 이의를 제기하기 힘든 것처럼, 가수가 노래만 잘해서는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라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노래 못하는 이은미를 상상할 수 없듯이 춤 안 추는 유승준을 떠올리기 어렵다. 나부터도 유승준의 노래는 발이 땅에서 떠 있는 듯한 그의 안무와 함께 듣고 봐야 더 좋다.
유승준이 라이브를 하기 위해서 뻣뻣하게 서서 노래를 부른다면, 기특하기야 하겠지만 팬들이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싶어할 것인지 의문이다.
돌맞을 각오를 하면서 립싱크를 옹호하는 것 같은 얘기를 하는 이유는 솔직히 하나다. 나도 공범이기 때문이다.
라이브를 언제라도 가능하게 뒷받침하지 못하는 현장의 어려움도, 하루에도 4~5개씩 잡혀있는 바쁜 스케줄도, 거짓말 좀 보태서 아마 세상에 PD들이 없어지면 한꺼번에 해결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노래 실력을 시청자들이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조금씩 노력해 나가는 것이 죄 값을 조금씩 갚아 나가는 길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산다.
그렇게 되면 남이 부른 노래를 자신이 부른 것처럼 ‘입만 맞추는’ 슬픈 일도, 그렇게 한참을 활동을 하고 나서야 그것이 세상에 드러나는 웃지 못할 일도 없어 질 수 있다고 기대하면서 말이다.
인어공주는 왕자님을 만나기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포기하고 다리를 얻었다. 지금자신의 목소리를 포기하면서 춤 출 다리를 얻고 있는 수많은 가수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는 날을, 그래서 왕자님 같은 팬들과의 행복한 만남을 계속 할 수 있는 그 순간을 추석 보름달을 보면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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