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계통의 스몰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A씨는 얼마전 사업체와 집을 LA에서 오렌지카운티 남쪽으로 옮겼다. 제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디자이너 등 인력을 구하기가 그쪽이 더 쉬웠기 때문이다. 새로 옮긴 헌팅턴비치가 백인이 많고 보수적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미국생활 10년이 넘었고 주 생활무대도 백인이 주로 살고 있는 토랜스 쪽이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있으랴 싶었다.
그러나 막상 사무실 문을 열기 위해 내부공사를 하면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백인사회를 잘 모르는 한인 업자에게 공사를 맡긴 것부터 잘못이었다. 시청에 가 더듬거리는 영어로 떠든 것이 불쾌하게 느껴졌는지 담당직원이 이런 저런 서류를 요구하며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공사가 끝난 후에도 현장에 나와 보고는 이해할 수 없는 꼬투리를 잡아 “이대로는 비즈니스를 할 수 없으니 다시 하든지 문을 닫으라”고 한마디하고 가버렸다. 너무나 억울해 응하지 않자 며칠 후에는 전기를 끊겠다는 통지까지 보냈다. 마침 그 지역 출신 연방 하원의원과 안면이 있어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선처를 부탁했더니 즉시 시청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모든 것이 해결됐다는 것이다. 지금은 동네 분위기에 좀 익숙해졌다는 A씨는 “백인 보수층의 벽이 얼마나 두꺼운지 실감했다”며 고개를 흔든다.
고급 동네에 살며 겪는 어려움은 이것만이 아니다. 10여년간 베벌리힐스에 살다 최근 이사한 한 한인은 “노골적인 인종차별은 없지만 자녀들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일이 종종 있다”며 “내 친구는 집에 방이 50개고 별장이 세채나 있는데 우리는 왜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 당황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호경기로 한인들의 소득이 높아지면서 소위 백인 부자동네로 들어가는 한인수도 늘고 있다. 라구나비치 일대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한 한인 브로커는 “요즘 LA쪽 한인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에서도 교육이나 생활환경이 좋다는 이유로 라구나나 뉴포트비치쪽 집을 사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는다”며 한인들의 이 지역 고급 주택가 유입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처럼 순수 백인동네는 집사는 것조차 쉽지 않다. 전화를 해 영어에 액센트가 있거나 찾아오는 사람이 동양인이면 아예 상대를 하지 않는 집도 여럿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여러 소수계가 어울려 사는 동네와 백인 보수층 밀집지역은 여기가 같은 미국인가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다르다”며 말투나 음식, 행동거지에 세심한 신경을 쓰는 것이 텃세를 덜 받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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