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트 일가는 한 때 텍사스는 물론 세계적인 부자였다. 이 가문의 시조인 HL 헌트는 포커판에서 딴돈으로 유전을 사 대박이 난 후 승승장구해 억만장자가 됐으며 3명의 여자에게서 15명의 자식을 낳았다.
그러나 헌트의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린 것은 그 아들 벙커와 허버트다. 이들은 1979년 은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헌트 형제가 사들인 은의 총량은 1억 온스가 넘었는데 이는 정부를 제외하고 시장에 나온 세계 은의 1/3에 달하는 수치였다. 이들의 매점으로 1979년 1월 온스 당 6달러이던 은은 1980년 1월 50달러까지 치솟았다.
은은 투자 수단일뿐 아니라 장식용 귀금속이자 필름 산업, 전자 산업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요소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은값이 오르자 실수요자들의 원성이 들끓었고 티파니 보석상은 이들 형제를 비난하는 광고를 뉴욕타임스에 내기도 했다.
급기야 정부가 선물 거래시 내야하는 계약금 비율을 높이고 천정부지로 오른 가격에 대대로 장롱에 숨어 있던 은까지 시장에 나오자 시장은 폭락세로 돌변했다. 1980년 3월 27일 하루에만 은은 온스당 22달러에서 10달러로 추락했다. 사상 최대 폭으로 떨어진 이 날은 목요일이었기 때문에 이를 ‘은 목요일’로 불린다.
그 후에도 은은 지속적으로 하락, 1982년에는 4달러 90센트, 80년대 중반에는 3달러 50센트까지 내려갔다. 은시장을 코너로 몰려던 헌트 형제의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고 이로 인해 헌트 가문은 10억 달러의 손실을 입고 나중에 파산하고 만다.
최근 46년전 이 사건을 상기시키는 일이 은시장에서 일어났다. 올 초 온스당 120달러까지 치솟았던 은값이 지난 30일 하루에만 37달러가 떨어졌는데 이는 금액으로는 사상 최대 낙폭이다. 하락세는 지난 주까지 이어져 60달러까지 떨어졌다가 80달러 선을 회복됐다.
같은 날 금도 5천500달러에서 10% 이상 떨어져 4천750달러를 기록했다 지금은 5천 달러까지 회복됐다. 이 또한 금액으로는 사상 최대 낙폭이다.
폭락한 것은 금과 은만이 아니다. 한 때 ‘디지탈 금’으로 불리며 새로운 안전 자산으로 꼽히던 비트코인은 지난 10월 12만 6천달러에서 지난 주 6만 달러까지 떨어졌다.
작년 이 맘때까지만 해도 앞으로 승자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 화폐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새로 출범한 도널드 행정부가 미국을 가상 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며 이에 유리한 정책을 펼 것을 공언했고 기관들도 이를 정식 투자 종목으로 인정할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도널드의 두 아들은 소꿉친구였던 잭 위트코프와 함께 가상 화폐 회사인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을 차렸고 이 회사 경영 책임을 맡은 잭은 자신과 도널드 집안에 최소 14억 달러를 지급했다고 월스트릿 저널은 보도했다. 이 돈 중 5억 달러는 비밀리에 회사 지분의 50%를 아부 다비 왕가에 팔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립토에 관해 문외한이던 잭은 바이낸스 창업주이자 자금 세탁 방지 장치 미비로 감옥에 갔다 도널드가 사면한 창펭자오와 함께 세계를 누비며 가상 화폐 장사를 해 재미를 봤다. 이 회사에는 도널드의 아들 에릭과 도널드 주니어, 바론이 모두 창업주로 참여하고 있다.
도널드 집안은 이 회사 창업 후 16개월 동안 현금으로만 12억 달러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도널드의 트럼프 조직 회사가 2010부터 2017년까지 번 돈과 비슷하다. 이들은 가상 화폐 폭락 이전에 이미 단물을 빨았기 때문에 언제나 그렇듯 지금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은 개미들뿐이다.
개미들을 더 아프게 하는 것은 불과 몇달전까지 금과 은, 디지털 화폐는 안전 자산이고 세계 경제가 불안하고 달러화가 하락하면 그 대체재로 각광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는데 어느날 느닷 없이 폭락세로 돌변했다는 사실이다.
월가에서는 폭락이 케빈 워시가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FRB) 의장으로 지명된 날 일어났다는 점을 들어 이를 원인으로 보기도 하지만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 그가 다른 후보에 비해 매파 성향이 있고 가상 화폐는 화폐가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 또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고 가상 화폐에 대해 호의적인 발언을 한 적도 있다.
그보다는 이미 금과 은, 가상 화폐가 투기장으로 변했고 이번 폭락은 모든 투기판이 그렇듯 버블이 터진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특히 은은 작년 20달러선에서 120달러까지 수직 상승하다 60달러로 급전직하했는데 이는 1980년 은의 움직임과 너무나 유사하다. 앞으로 이들이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심장이 약한 사람이 가까이 가서는 안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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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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