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만난 김나리 방사선종양학과 교수가 양성자 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우리 몸의 장기는 가만히 있지 않는다. 숨을 쉴 때마다 폐는 부풀어 오르고, 그 아래 위치한 간은 횡격막의 움직임에 따라 위아래로 춤을 춘다. 장기에 있는 암세포만 특정해 방사선을 조사하는 양성자 치료에서 호흡에 따른 장기의 움직임은 일종의 걸림돌이었다. 양성자가 목표물인 암세포가 아니라, 그 옆의 정상 조직을 피폭시킬 위험이 있어서다. 삼성서울병원 양성자 치료센터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칼을 빼들었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소재 병원에서 만난 김나리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이 착용하는 양압기처럼, 기계를 이용해 숨을 불어넣는 방식으로 호흡을 일정하게 제어하는 기술을 곧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호흡의 불규칙성을 제어하면 보다 수월하게 양성자 치료를 할 수 있어서다. 김 교수는 “양성자 치료는 수술이 힘들고, 일반 방사선 치료도 어려운 ‘회색지대’에 놓인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반 방사선(X선) 치료와 비교했을 때 양성자 치료의 장점은 무엇인가요.“양성자와 일반 방사선을 ‘총알’과 ‘파동’이라고 볼 수 있어요. X선은 파동이라 몸을 관통하는 과정에서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 조직에도 영향을 줍니다. 반면 양성자는 입자가 총알처럼 날아가 암세포만 타격하고 소멸해요. 주변 정상 조직, 특히 간암 환자에게 중요한 잔존 간 기능을 보호하는 데 큰 효과가 있어요. 소아암 환자의 경우 2차 암 발생 위험을 줄이고 성장 지연이나 인지 기능 저하 같은 장기적인 부작용을 막는 데 양성자 치료가 탁월하다는 점이 입증돼 있습니다.”
-간암 양성자 치료에서 호흡을 제어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요.“방금 말씀드린 물리적 특성이 달라서예요. X선은 몸을 뚫고 지나가지만, 양성자는 특정 깊이에서 에너지를 쏟아붓고 사라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런데 간은 폐 바로 밑에 있어 호흡에 따라 위치가 계속 변해요. 호흡이 조금만 어긋나도 엉뚱한 간 부위에 양성자의 방사선이 조사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호흡을 일정하게 만들어 장기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해요.”
삼성서울병원 양성자 치료센터는 앞서 2024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간암 양성자 치료 2,000례를 돌파했다. 이 병원에서 2025년 9월까지 치료한 누적 환자(7,908명)를 보면, 간암이 2,403명(30.4%)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두경부암 1,466명(18.5%)과 폐암 1,304명(16.5%), 뇌종양 676명(8.5%), 췌담도암 377명(4.8%)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엔 호흡동조기술 도입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기존에는 환자의 호흡주기를 측정하고, 환자가 그 주기에 맞춰 숨을 참거나 쉬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하지만 환자가 훈련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매번 호흡이 일정하지 않아 치료 시간이 길어지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수면무호흡증 치료에 쓰이는 마스크와 인공호흡기를 활용한 기술을 도입할 계획입니다. 기계가 공기를 불어넣어 얕고 규칙적인 호흡을 유도하는 방식이에요. 환자도 금방 적응하고, 호흡에 따른 장기의 움직임도 적기 때문에 치료 정확도는 높아지고, 치료 시간은 단축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고령 환자나 재발 환자에게 양성자 치료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까.“수술이 어려운 고령 환자에게는 마취나 통증 없이 하루 10분, 2주 정도 통원 치료로 끝낼 수 있는 양성자 치료는 좋은 대안이에요. 암이 재발했을 때도 치료 효과가 큽니다. 한번 방사선 치료를 받은 부위에 다시 X선을 쏘면 부작용 위험이 매우 크지만, 양성자는 필요한 부위만 정밀 타격하므로 재치료가 훨씬 안전해요. 수술이 힘들고 일반 방사선 치료도 어려운 ‘회색지대’에 놓인 환자들에게 치료 대안이 되는 셈입니다.”
-비용이 비쌀 것 같아 걱정하는 환자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간암은 건강보험이 적용됩니다. 일반 방사선 치료비용과 비교해도 환자가 부담하는 금액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요. 비용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치료 기간도 짧아요. 암종마다 다르지만 보통 2주 정도 통원 치료만 하면 되니까 직장 생활이나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도 충분히 치료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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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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