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성 조지메이슨대학교 환경 과학 정책학과 교수
얼마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지속가능 및 임팩트 투자 관련 국제 학회에 다녀왔다. 엘베강을 따라 펼쳐진 함부르크의 전경은 예상대로 차가웠지만, 매섭게 부는 바람 속에서도 두툼한 코트와 모자, 장갑으로 무장한 채 도심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묘하게 정겹고 온화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미국 북동부의 극한 한파처럼, 함부르크 역시 지난 20여 년 동안 기후변화의 영향을 고스란히 겪고 있다. 2018년과 2023년 유럽 전역을 강타한 폭염은 함부르크의 여름 풍경도 바꾸어 놓아, 고온이 지속되는 날이 늘어났고 2022년에는 40.1℃에 이르는 이례적인 고온 기록까지 남겼다. 동시에 겨울은 한층 변덕스러워져, 필자가 머무는 동안에도 매서운 바람과 함께 기온이 영하 5℃까지 떨어지는 날씨가 이어졌다.
함부르크는 위도상으로 캐나다 남부나 러시아 일부 지역과 비슷하지만, 북해(North Sea)의 영향으로 해양성 기후를 띠고 있다. 그 덕분에 유럽 대륙 내부에 비해 극단적인 한파는 상대적으로 약하며, 1월 평균기온도 영상 0~3℃ 수준이다. 학회에서 만난 현지 연구자들은 “함부르크에 살다 보면 기후변화를 믿지 않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비단 함부르크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흔히 기후변화를 지구온난화와 동일시해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지구온난화가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의 과다 배출로 인해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하는 현상이라면, 기후변화는 이러한 온난화를 원인으로 강수 패턴과 평균 대기 온도가 장기간에 걸쳐 변화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기후과학자들이 특히 우려하는 점은, 기후변화의 결과로 폭염과 한파 같은 이례적인 극한 기상 현상이 점점 더 빈번해지고, 더 광범위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에는 안전하고 살기 좋다고 여겨졌던 지역마저 새로운 위험 공간으로 바꾸고 있다. 특히 해안가를 중심으로 형성된 도시와 지역은 이제 기후변화를 전제로 한 건축, 지역 개발, 도시 조경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번 학회에서는 이러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숲을 활용한 산림 기반 기후해법이 주요하게 논의되었다. 숲은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중요한 탄소 저장소일 뿐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다양한 기상 및 지형 변화에 완충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해안가에 조성된 맹그로브 숲은 폭풍 발생 시 토양 유실을 막고, 피해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도시 숲을 확충하는 과정에서 생물다양성이 증가하고, 지역 주민의 건강과 삶의 질 역시 함께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국제 제도가 “국외 산림 탄소축적 증진(REDD+, Reducing Emissions from Deforestation and Forest Degradation plus)”이다. REDD+는 개발도상국이 산림 파괴와 황폐화를 줄이거나 숲을 보전•복원할 경우, 그로 인해 감축된 이산화탄소를 탄소배출권으로 인정하여, 원하는 기업이나 국가에게 이를 판매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인도네시아는 2016~2017년 산림 부문 감축 성과를 인정받아 노르웨이에게 약 5,600만 달러의 탄소배출권을 판매하였고, 이는 REDD+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코스타리카 역시 REDD+를 생태계서비스지불제도(Payment for Ecosystem Services)와 결합해 토지 소유주에게 직접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1980년대 25%에 불과했던 산림률을 현재 50% 이상으로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탄소 감축과 생물다양성 보전, 지역 소득 증대는 물론 생태관광을 통한 국가 경제 기여라는 성과도 함께 달성했다.
이러한 사례들이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탄소 감축을 위한 정책 수단과 금융·투자 기법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으며, 이는 저개발국가의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지원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거버넌스의 취약성, 정치적 불안, 토지 권리 문제 등 여러 한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가 보다 큰 관심을 가지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원해야 할 정책 분야임은 분명하다. 반가운 소식은 한국 역시 라오스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국외 산림 탄소축적 증진(REDD+) 국제 감축 사업의 현장 사무소를 최근 개소하고, 본격적인 사업 이행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함부르크에서 돌아온 이후, 필자는 미국 동부를 강타한 폭설과 혹한을 다시 마주하고 있다. 점점 더 변덕스러워지는 겨울을 일상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 속에서, 탄소 감축과 기후 대응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행동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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