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인륜범죄가 서슴없이 저질러지고 있다. 거리에는 피의 강물이 넘쳐흐르고 있다.’ 인터넷이 차단된 상태의 이란에서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현장 목격자들의 절규다.
그 와중에 이란 외교관들의 망명이 줄을 잇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란 정부 고위관리가 시위대에 가담한 데 이어 회교시아파 신정체제의 최후 보루인 회교혁명수비대(IRGC)와 산하 바시지 민병대 장교 수백 명이 진영을 이탈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이란 내부 엘리트층 사이에서는 정권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의 보도다. 이와 함께 있는 이란 회교공화국은 ‘베를린장벽 모멘트(Berlin Wall Moment)’를 맞이하고 있다는 서방 정보당국자들의 진단이 잇달고 있다.
‘자국민을 상대로 무차별 사격도 모자라 화학무기까지 동원해 자행되고 있는 학살극’- 이란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초현실적 사태는 회교혁명정권이 마지막 숨을 거두기 직전의 상태에 직면해 있다는 증거로 보여 진다는 것이 한 전직 미정보당국자의 설명이다.
반세기 가까이 지탱해온 회교혁명 정권이 마침내 마지막 숨을 거둔다. 그 후의 상황은 그러면 어떻게 전개될까.
‘중동지역은 지정학적 대지진 직전 상황에 놓여 있다.’ 미국 외교정책연구소의 로버트 카플란이 던진 전망이다.
1979년 이란 회교혁명은 하나의 세계사적 이벤트다. 회교 시아파 신정체제 회교공화국 수립이후 중동지역의 기상도, 더 나아가 전 세계적 지정학적 판도에 엄청난 변화가 따랐다. 때문에 나온 진단이다.
회교혁명 정권 이란이 먼저 착수한 것은 이른바 ‘저항의 축’으로 불리는 테러 네트워크 결성과 함께 반(反)미, 반 이스라엘 전선을 구축한 것이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가자의 하마스, 예멘의 후티 반군 등이 그것으로 시리아의 아사드 체제와 함께 이란을 대신해 암살에, 테러에, 지역분쟁을 도맡아 오면서 중동의 정치 기상도는 피로 얼룩지게 됐다.
사담 후세인 이후의 이라크를 내전의 혼돈 상황으로 몰아넣은 것도, 또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새로운 악의 축’이 형성되자 그 일익을 담당하고 나선 것도 이란이다.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가자지구에서의 하마스의 전격적 테러공격은 그 이란의 ‘마지막 작품’으로 보인다.
하마스의 기습을 신호로 헤즈볼라, 후티 반군 등은 일제히 이스라엘 공격에 나섰었다. 2년 가까운 세월 끝에 상황은 대반전,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궤멸상황을 맞게 됐다. 그 여파로 무너진 게 시리아의 아사드 체제다.
그리고 이어진 것이 이스라엘의 이란 본토 공격이고 미국의 이란 핵시설에 대한 벙커 버스터 투하다. 그 결과 이란 회교혁명정권은 형언 할 수 없을 정도의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인구가 9000만이 넘는다. 이라크, 시리아 등 중동의 다른 나라들과 달리 이란은 한 문명으로서 고유의 국경선을 유지해왔다. 그런 이란은 저항의 축을 내세워 이스라엘과 미국과 대리전쟁을 치러왔고 핵 개발에도 나섰다. 그러면서 중동, 더 나가 중앙아시아까지 호령하는 강대국의 면모를 보여 왔다고 할까.
그 신화가 여지없이 무너졌다. 그런데다가 경제난에, 무능, 부패의 문제가 겹쳐지면서 회교신정체제 자체의 종식을 외치는 국민봉기 상황을 맞은 것이다. 이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근본주의 과격 종교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체제를 벗어나 정상국가로 돌아가려는 소용돌이성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카플란의 지적이다.
이란의 회교혁명은 세계사적 이벤트다. 그 후 반세기 가까운 세월 후에 발생한 ‘신정체제에서 탈피해 세속적 정상국가로 돌아가려는 역(逆)혁명’, 이 역시 세계사적 이벤트로 중동지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지정학적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것.
역 혁명의 흐름은 중동지역에서의 과격 이슬람세력의 퇴조현상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는 이미 수년 전부터 목격되어 온 현상으로 그 ‘롤 모델’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적 통치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개혁정책이다.
이란 회교정권은 이슬람을 정치화함으로써 오히려 종교로서 이슬람의 경건성을 잃게 했다. 그 결과 이란 국민 중 스스로를 시아파 무슬림으로 대답한 사람은 30% 안팎이고 젊은 세대는 종교에 아예 관심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러니하게도 회교신정 체제가 이란의 세속화를 촉진시켰다고 할까.
정치적 암흑을 벗어나 문명세계의 일원으로 복귀하려는 이란 국민들의 움직임, 이는 그 중간과정에서 가령 회교혁명수비대내의 강경세력이 주도하는 체제수호 쿠데타 등의 굴절된 경로를 겪을 수도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민주주의 체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카플란의 진단이다.
그 ‘정상적인 세속국가 이란’은 그리고 중동지역 전체의 안정화, 더 나가 전반적인 친이스라엘, 친서방화의 분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다름이 아니다. 이란은 ‘새로운 악의 축’진영으로부터 이탈하게 된다는 것으로 이란을 진앙(震央)으로 발생한 지정학적 대지진의 여파는 유라시아대륙을 넘어 태평양지역의 지축까지 흔들게 된다는 거다.
언제 그 같은 사태가 벌어질까. 길어야 수년(a few years)내란 것이 뒤따르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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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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