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타운은 단순한 상업 지구가 아니다. 한인 이민자들의 노력과 성공, 좌절과 희망이 축적된 역사 공간이다. 그러나 여기에 ‘불편한 진실’이 있다. ‘우리는 그 역사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기록해 왔는가?’ 하는 것이다. 남기지 않은 기억은 개인의 추억으로 사라지고,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는 역사가 아닌 전설로 남을 뿐이다.
미국 내 한인 이민의 역사는 이미 120년을 넘었다.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시작된 초기 이민, 1965년 이민법 개정 이후의 본격적 정착, 미국 내 대도시 곳곳에 형성된 코리아타운, 그리고 1992년 LA 폭동과 그 후유증까지. 역사의 장면들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것을 체계적인 기록으로 남기려는 노력은 충분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 문제를 생각할 때, 일본계 미국인들의 경험은 중요한 비교 사례가 된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 미국 정부는 행정명령 9066호에 따라 약 12만 명의 일본계 미국인을 ‘안보’라는 명목으로 강제 이주시켜 수용소에 가두었다. 이 가운데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8만 명 이상이 미국 시민권자였다. 이들에게는 재판도, 개별 심사도 없었다. 이는 명백한 인권 침해였다.
그러나 이 비극은 단순한 역사적 오점으로만 남지 않았다. 일본계 미국인 공동체는 수십 년에 걸쳐 자신들의 고난을 기록으로 축적했다. 수용소에서 작성된 일기와 편지, 내부 신문, 사진 자료, 행정 문서, 생존자 증언이 차곡차곡 모였다. 이 기록은 감정적 호소가 아니라, 국가의 책임을 묻는 법적·정책적 근거가 되었다.
그 결과 미 연방의회는 1988년 「시민자유법(Civil Liberties Act of 1988)」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일본계 미국인 강제 수용이 “전시 히스테리, 인종적 편견, 정치적 실패”의 결과였음을 공식 인정하고, 당시 레이건 행정부는 대통령 명의의 사과와 함께 생존 피해자 1인당 20,000달러의 금전적 보상을 시행했다.
실제로 약 82,000명의 생존자에게 총 약 16억 4천만 달러 규모의 보상금이 지급되었다. 이 보상은 동정의 산물이 아니었다. 기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기억은 주장에 그칠 수 있지만, 기록은 법과 제도를 움직인다.
그렇다면 오늘의 코리아타운은 어떠한가. 한인 이민자들은 장시간 노동, 언어 장벽, 제도적 차별, 도시 정책 속의 배제, 대형 사회적 사건을 반복적으로 겪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이 공적 기록으로 남아 있는지는 의문이다. 많은 이야기가 여전히 개인의 기억 속, 혹은 소멸 위기의 지역 신문과 단체 서류 속에 흩어져 있다.
더 시급한 문제는 1965년 개정이민법으로 이민 와서 코리아타운을 형성했던 이민 1세대들이 점점 세상을 떠나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또 오늘날 미국 전역의 코리아타운은 빠르게 변형되거나 소멸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세대 교체, 상권 이동 속에서 ‘코리아타운’이라는 공간적·문화적 실체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공간이 사라진 뒤에 기록을 찾는 것은 역사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기록은 거창한 역사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상인들의 인터뷰, 교회와 단체의 회의록, 한인 신문의 기사, 개인이 남긴 사진과 메모, 소송 기록과 공청회 발언들. 이런 사소해 보이는 조각들이 모여 공동체의 집단 기억을 이룬다. 그리고 그 기억이야말로 미래 세대가 자신들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토대가 된다.
이제 기록은 선택이 아니라 긴급한 공동체 과제다. 그리고 이 역할의 중심에는 각 지역 한인회가 있어야 한다. 한인회는 단순한 친목 단체, 봉사 단체를 넘어, 지역 공동체의 기억을 수집·보존하는 공적 기록 주체가 되어야 한다. 상인과 이민 1세대의 구술 기록, 단체 회의록, 지역 분쟁과 협상의 문서, 사진과 영상 자료를 체계적으로 남기는 일은 바로 지금 시작되어야 한다.
역사는 저절로 남지 않는다. 기록하려는 의지가 있을 때만 역사로 존재한다. 기록은 과거를 위한 작업이 아니라, 공동체의 미래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장치이다.
코리아타운이 더 이상 흔적 없이 변형되기 전에, 기록은 한시바삐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 각 지역 한인회가 서 있을 때, 코리아타운의 역사는 비로소 다음 세대에게 전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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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완/코리안리서치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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