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탁에서 포즈를 취한 김진경 셰프
Experienced executive chef with a demonstrated history of working in the food & beverages industry. Skilled in sanitation, culinary education, food service operations, culinary skills, and food & beverage. (중략)
위의 문장은 비즈니스와 커리어에 특화된 소셜 네트워킹 플랫폼 ‘링크드인’에서 찾아볼 수 있는 김진경 셰프에 대한 간략한 소개다. 김진경 셰프는 2013년부터 2016까지 3년 7개월간 유엔 본부 총괄 셰프로 근무했고, 2022년부터 2023년까지 1년 3개월간 산호세 떡공방을 운영했다. 그리고 2023년부터 현재까지 Guckenheimer 소속으로 실리콘밸리의 한인 테크 기업에서 한식 총괄 셰프로 근무 중이다.

김 오른 찜기에 놓인 숭채만두

겨자를 넣은 초간장과 함께 멋지게 담아낸 숭채만두
김진경 셰프는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음식 잘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그가 근무하는 한인 테크 기업의 한식 메뉴는 구내식당 메뉴 중 가장 일찍 마감되는 인기 메뉴 중 하나이며 그 음식을 맛보기 위해 구내식당 출입을 원하는 게스트들도 많다고 한다. 이전 칼럼에서 소개한 Sarah Kim-Lee 선생님 (이하 사라 선생님)도 게스트로 초대받길 원하셨을 정도다. 실제로 김진경 셰프의 인터뷰와 촬영당일에 사라 선생님께서 함께 해주셨고, 그 소문이 사실이었음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떻게 미국에 오셨나요?
▲“저는 2008년도에 왔는데요, 제가 미국에 오려고 해서 온 건 아니고, 한 요리 대회에서 입상을 하면서 한식 세계화 캠페인의 물결을 타고 미국 워싱턴 대사관 주방장으로 뽑혀 왔어요. 그간 배워온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에 정말 열심히 했어요.”
대사관 주방장 업무 특성상 국빈 요리를 대접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한국의 맛을 낼 수 있는 현지 재료를 파악하는데만 2년 정도 걸렸다. 그러다 보니 베이비 머스터드로 갓김치 맛을 내고, 생막걸리 대신 실온 막걸리로 개성주악을 만들고, 소주 대신 보드카로 약과를 튀기는 등 다양한 요리를 실험해 보며 현지 식재료를 익힐 수 있었다. 다행히 내놓는 음식마다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았다.
미국 대사관에서 5년, 그리고 뉴욕에 위치한 유엔 본부에서 5년을 주방장으로 보낸 시간은 김진경 셰프에겐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수많은 삶의 지혜를 안겨줬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있으신가요?
▲“유엔에서 주방장으로 근무할 때 국빈 접대 음식을 많이 내었어요. 그중에서도 특히 북한 외무상분들께 음식을 대접했던 일이 기억에 남아요. 디저트로 개성주악을 내었는데 막걸리 맛이 풍미 있게 올라오는 그 낯선 음식을 참 좋아하셨어요. 당시엔 개성주악이 지금처럼 유명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유엔의 반기문 총장님께서 저에게 요리를 어디서 배웠냐고 물어 개성 출신이셨던 제 요리 스승, 윤숙자 선생님께 개성 요리를 배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요.”
외교의 자리에서 첫 만남의 순간은 어색하기 마련이다. 김진경 셰프는 그런 중요한 순간일수록 이야기가 있는 요리를 내어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대화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도록 애썼다.
■언제부터 요리를 하셨나요?
▲“엄마가 돼지갈빗집을 하시며 4남매를 키우셨어요. 제가 딸 셋 중 가장 엄마 일손 돕는 것을 좋아했죠. 그런데 엄마는 딸들에게 요리를 안 시키고 싶어서 각각 예체능을 가르쳤어요. 언니는 미술, 저는 무용. 그런데 저는 무용이 적성에 맞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곧 그만두었어요. 그리고 식품영양학과에 가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웠어요.”
김진경 셰프는 전공을 살려 영양사로 직업을 시작한 것이 다양한 경로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어렸을 적부터 본 것이 있어 단체 급식이 두렵지 않고, 자신의 음식을 맛있게 먹는 사람들을 보면 마냥 행복하다고. 미래의 어느 날, 쿠킹 클래스를 열어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엄마가 해준 집밥의 맛을 전하고 싶다는 김진경 셰프는 촬영 당일, 촬영 크루들과 특별 방문한 사라 선생님을 위해 그 따뜻한 마음과 정성이 담긴 다섯 가지 요리를 선보였다.
■어떤 요리부터 시작하나요?
▲“오늘 이 자리에 오신 모든 분들을 귀하게 생각하는 마음으로 다섯 가지 음식을 준비했어요. 우선 ‘숭채만두’로 시작할게요. ‘숭채’는 ‘배추’를 말해요. <대장금>이라는 드라마에 나왔었는데 보셨나요? 제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 ‘장금이를 살려준 요리’로 소개해왔어요. 국빈 대접 때 이야기가 있는 요리로 이 음식을 소개하곤 했으니 이 음식이 저를 살리기도 했죠.”
숭채만두는 아주 특별한 만두다. 저민 닭가슴살에 각종 저칼로리 야채를 넣어 ‘소’를 만든 후, 살짝 찐 배추 잎으로 싸서 만든다. 담백한 맛이 일품인 이 숭채만두는 왕의 밥상에 올라간 궁중요리로 소개되며 식탁에 초대받은 이들을 환대한다. 맛도 좋지만 칼로리가 적어 부담스럽지 않은 건강식으로 언제 어디서나 내어놓기 좋은 음식이다.
■오늘 준비하신 요리들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숭채만두를 비롯해 오늘 준비한 요리들은 제가 정말로 많이 만들어 본 음식이에요. 너무나 익숙해서 계량하지 않고도 맛을 낼 수 있을 정도랍니다. 또 손님상에 내었을 때 가장 반응이 좋은 음식들이기도 해요. 현지 식재료로 쉽게 만들 수 있으니 여러모로 잘 활용하실 수 있을 거예요.”
김진경 셰프와 함께한 세 시간은 마치 30분 같았다. 그 시간 동안 다섯 가지의 요리가 눈앞에서 완성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또 그 음식에 유난히 상대에 대한 배려가 가득 담겨 있었다. 부드러운 돼지고기 찜 요리를 뜻하는 연저육찜, 오미자 우린 물에 담그는 연꽃 동치미. 귀한 이야기가 담긴 개성 주악, 한잔으로는 부족한 단호박 식혜 등 입 넘김이 좋고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 음식들이 주를 이뤘다. 나를 뽐내고 싶은 음식에 앞서 인터뷰와 촬영의 취지에 맞는 섬세한 배려는 경험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식탁 앞에서 그 누구보다 애써온 그의 삶이 빛난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불이 밝혀질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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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경 셰프의 요리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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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채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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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배추(푸른 잎 위주로 적당량), 닭 가슴살 다짐육 50g, 두부 50g, 미나리 30g, 숙주 30g, 무 50g, 양념 재료 (다진 파 2 작은술, 다진 마늘 1 작은술, 생강즙 1 작은술, 소금 약간, 후추 약간, 풋고추 1/2개, 홍고추 1/2개, 참기름 ½ 작은술, 깨소금 약간), 소스 재료(진간장 1큰술, 식초 1 큰술, 물 1 큰술, 설탕 ½ 큰술, 연겨자 1 작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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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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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소 만들기: 닭 가슴살, 두부, 숙주, 미나리, 숙주, 무와 양념 재료를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만두 만들기: 배추에 소를 적당량 넣고, 여미며 돌돌 말아 미나리 줄기로 묶어 숭채만두를 빚은 뒤 김 오른 찜통에 넣고 10분 정도 찐다.
초간장 만들기: 식초 1 큰술, 물 1 큰술, 진간장 1 큰술, 설탕 ½ 큰술, 겨자소스 1 작은술을 넣고 섞는다.
참고: 숭채만두에는 겨자가 더해진 초간장을 곁들이면 배추의 아린 맛을 잡아주어 더욱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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