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떠나 사는 사람들에게는 문득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샘물처럼 솟아난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정서의 그루터기이며 마음을 순수하게 한다. 한국처럼 짧은 기간에 산업화가 이루어진 나라에서는 한 마을이나 도시에 살았더라도 동네를 옮겨 새집에 사는 경우가 많다. 한 고장에서 한 집에 계속하여 산 사람은 과거 일정기간의 삶이 고향이라 할 수 있다.
해외로 이주해 사는 사람에게는 더욱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자주 일어난다. 나는 미국에 산지 수십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고향에서 놀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힘과 용기를 내곤 한다.
인종과 국적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고향을 그리워하며 산다. 고향을 그리는 노래는 많지만 한국노래로는 이은상 작사, 김동진 작곡의 ‘가고파’ 를 나는 가장 좋아한다.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꿈엔들 잊으리요 그 잔잔한 고향 바다/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어릴 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 어디 간들 잊으리요 그 뛰놀던 고향 동무/ 오늘은 다 무얼 하는고 보고파라 보고파// 그 물새 그 동무들 고향에 다 있는데/ 나는 왜 어이타가 떠나 살게 되었는고/온갖 것 다 뿌리치고 돌아갈까 돌아가//가서 한데 얼려 옛날같이 살고지고/ 내 마음 색동옷 입혀 웃고 웃고 지내고저/그날 그 눈물 없던 때를 찾아가자 찾아가’
「가고파」는 이은상 시인이 1932년에 발표한 고향인 마산(지금의 창원)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시조에 김동진 작곡가가 1933년에 곡을 입힌 가곡이다. 가고파 노래를 흥얼거리면 눈가를 적시게 되고 마음이 깨끗해짐을 느끼게 된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외국노래로는 ‘Going Home(고향 가는 길)’을 나는 좋아하며 때때로 영어로 된 원곡과 한국어로 된 번안곡을 즐겨 부른다. 번안곡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옛터전 그대로 향기도 높아/ 지금은 사라진 친구들 모여/ 옥같은 시냇물 개천을 넘어/ 반딧불 쫓아서 즐거웠건만/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밤하늘에서 별들이 반짝일 때면/ 영혼의 안식처 찾아 헤매네/밤마다 그리는 그리운 고향/ 낡아진 창문의 그늘 아니면/ 이 마음 붙일 곳 어디메이뇨/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의 곡은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의 2악장에 나오는 음악으로 1893년 미국에서 드보르작이 작곡했다.
보헤미아(지금의 체코)의 작곡가인 드보르작이 미국 국립음악원의 초청으로 미국에 머물고 있을 때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이 곡을 작곡했다. 이 애잔한 곡에는 가사가 없다.
드보르작은 63세의 나이로 죽기까지 평생을 보헤미아의 자연과 함께 지내지만 2년 동안 고향을 떠나 신대륙인 미국 뉴욕에 가서 뉴욕의 음악원 원장직을 맡았다. 드보르작은 뉴욕생활 초기에는 대륙횡단 철도와 높은 빌딩 등 미국의 문명에 감동했지만 오래지 않아 향수병과 신경쇠약에 시달렸다.
향수병을 치유하러 간 곳이 아이오와주의 스필빌이라는 시골마을이었다. 스필빌은 보헤미아(체코) 이민자들이 모여사는 동네이였기에 보헤미아 말이 통하고, 고향 음식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고, 경치도 고향마을과 비슷했다.
드보르작은 미국속의 보헤미아 고향마을 스필빌에서 마음의 평안을 되찾았고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를 완성했다. 고향 보헤미아에 대한 그리움에 흑인영가와 미국 인디언 음악의 서정성이 더해진 이 애잔한 곡에는 가사가 없다.
‘Going Home’(고향 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작사자는 드보르작의 미국음악원 제자인 윌리엄 피셔이며 1922년에 지었다.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은 이 곡에 한국의 여러 사람들이 가사를 붙인 번안곡인데 더 정감있게 느껴진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아름다운 가곡를 부르면 영혼이 맑아지고 보다 궁극적인 고향도 생각하게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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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호/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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