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안감사향연도 (平安監事饗宴圖)
▶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 1745-1806) (부분) 국립중앙박물관
연광정(練光亭) 이층 마루 춤판이 흥겹구나
평양의 최고 기생 모두 모두 모였다네
흥겨운 풍악 소리 쉬지 않고 들려오고
기생들의 춤사위도 탈춤도 즐거워라
청학(靑鶴) 황학(黃鶴) 고개 숙여 귀한 손님 맞이하고
학동들도 선비들도 시 낭송 준비하네
흐뭇한 평안감사 속으로 말해보네
이 맛에 사는 거지 이 맛에 사는 거야
단원 김홍도는 도화서(圖畵署) 화원(畵員)으로서 조선의 중요한 국가 행사를 기록화로 남기는 데 큰 공헌을 하였다. 가로 길이 6m에 이르는 평안감사향연도는 정조대왕의 을묘년 화성능행을 그린 을묘화성능행도(乙卯華城陵行圖)와 더불어 김홍도 기록화의 정수(精髓)로 꼽힌다. 이 그림은 정조10년, 명신(名臣) 채제공(蔡濟恭)이 평안감사로 부임하면서 열린 환영연을 김홍도와 도화서원이 그린 것으로 전해진다. 신임 평안감사는 ‘임금에게는 몸을 바쳐 충성하고 백성에게는 선정을 베푼다’라는 치군택민(致君澤民)의 각오를 다지며 환영연을 맞았을 것이다. 이 그림은 개인이 소장할 그림이 아니라 평안감사의 치민(治民), 태평성대의 모습을 중앙의 고위 관료들, 또는 정조대왕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렸을 것으로 짐작된다.
평양은 압록강 너머 중국과 한양을 잇는 길목에 있어 사신들이 머무는 군사적, 외교적 중심지였으며, 지역의 물산이 풍부했다. 국방의 중요성 때문에 평안도의 세수(稅收)는 중앙에 보내지 않고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이 평안감사에게 주어졌다. 따라서 평안감사는 당시 재상이나 판서 등 고위 관직으로 승진할 수 있는 주요 경력의 기회이기도 했다.
평안감사향연도는 <연광정연회도>, <부벽루연회도> 및 <월야선유도>의 세 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기에 소개된 그림은 <연광정연회도>의 중심 부분이다. 단원은 평안감사 부임 향연을 파노라마식으로 구성하여 연회가 열린 여러 장소, 성곽, 건물, 주변의 수려한 산수, 연회에 참여한 사람과 여러가지 행사의 모습을 다시점(多視點) 구도로 상세하게 그림에 담았다.
신임 평안감사 환영연이 열린 연광정은 기역(ㄱ)자 형태의 정자로 대동강 변에 있으며 가까이에 대동문이 있다. 위의 그림에는 푸른색 옷을 입은 평안감사가 병풍 앞에 앉아 있고, 그 앞에서 화려한 옷을 입은 무희들이 악공의 연주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다. 지역의 선비들과 학동들도 평안감사 환영연 행사의 하나인 시연(詩宴)에 초대되었고, 밖에는 많은 백성들이 모여 구경하는 흥겨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 그림에는 연회에 초대된 선비들이 연광정 밖에서 여기저기 모여 잔치 행사를 구경하고 담소를 나누는 모습, 술에 취해 땅바닥에 주저앉은 선비, 떡 파는 여인, 스님, 엿장수 소년, 포졸 등의 다양한 모습이 해학이 담긴 화풍으로 그려졌다. 이는 평안감사 환영연이 권위적이고 딱딱한 분위기가 아닌 모두가 자유롭게 즐기는 축제였음을 보여준다.
단원은 진채(眞彩, 짙은 채색)를 사용하여 연광정 건물의 빼어난 건축미를 화려하고 세밀한 필치로 그렸으며, 특히 연광정의 붉은색 기둥에 명암을 주어 입체감을 돋보이게 하는 현대적인 기법을 사용했다. 또한 주위의 나무, 석축의 장식도 소홀히 여기지 않고 아름답고 상세하게 그려져 그림의 완성도가 뛰어나다.
사실적 묘사가 뛰어난 이 그림을 우리가 그냥 대충 볼 것이 아니라, 확대경으로 구석구석을 살펴본다면 즐거움이 배가(倍加)될 것이다. 특히, 앞에서 언급한 술에 취해 바닥에 쓰러진 선비, 떡장수 여인, 엿장수 소년 등을 찾아보시기 바란다. 이 그림은 기록화의 형식을 빌려 시대의 삶과 웃음을 담아낸 단원 김홍도의 진정한 걸작 풍속 기록화이다.
joseonky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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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용 교수 (메릴랜드대 화학생명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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