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중국 베이징에 고궁박물원이 설립된 지 100주년을 기념하는 해로, 지난달 말부터 ‘백년의 수호(百年守護): 자금성에서 고궁박물원까지’라는 주제의 전시를 시작했다.
고궁박물원이 시작된 날은 1925년 10월 10일로, 청의 마지막 황제 푸이(溥儀)가 자궁성에서 나온 뒤 청실선후위원회(고궁박물원의 전신)가 각 전각에 소장된 문물에 번호를 매겨 박물관의 소장품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10월 10일은 1911년 우창에서 신해혁명이 발생해 중화민국 성립의 계기를 만들고 지금까지도 국경절(쌍십절)로 지켜오는 날이었다. 이로써 명·청 시대 자금성의 궁중 소장품이 박물원 소장품이 됐고, 황실의 사유재산은 국가의 공공재산으로 바뀌었다.
이번에 베이징 고궁박물원 전시회에 출품된 200점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은 전시물은 북송의 수도 카이펑을 세밀하게 그린 5.28m에 달하는 두루마리 그림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였다. 제목처럼 이 그림은 청명절을 맞아 수도 카이펑의 풍경을 운하와 도시 안의 번화한 시장, 800여 명 인물까지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청명상하도’를 국보가 고국으로 돌아오는 역사적인 순간을 증언하는 전시물로 기획하고 두 번째 섹션 주제인 ‘백년전승(百年傳承)’의 중심부에 위치시켰다. 북송의 멸망과 함께 사라진 줄 알았던 이 그림이 다시 발견되고 모사되고 전승되는 과정은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 같은 박진감과 감동을 선사한다.
하지만 그림을 그린 장택단(張擇端·장저돤)이 태평하고 경제적으로 번성한 카이펑의 풍경을 그리면서 가장 포인트를 뒀던 지점은 그림의 중심부에 위치한 홍교(虹橋)와 그 밑을 통과하는 선박이다. 그리고 그 선박에 탑승한 선원들과 다리 위 주민들은 위험한 충돌 직전의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풍요 속의 위기와 긴장감이 담긴 것이다. ‘청명상하도’를 감상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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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헌 / 고려대 역사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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