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북 경주시가 막바지 단장에 한창이다. 이재명 정부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국제행사 유치에 복합리조트와 호텔 등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경주를 찾는 국내 관광객도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다. 1975년 국내 최초 관광단지로 출범한 경주 보문관광단지를 중심으로 달라진 경주의 면면을 미리 훑어봤다.
■ 새 시대의 빛으로 단장한 신라의 밤경주는 밤이 아름다운 도시다. 전통 건축과 호수·연못을 밝히는 은은한 조명은 경주의 상징과도 같다. 그래서일까, 경주의 랜드마크는 유독 ‘빛’과 연관이 많다. 엑스포공원의 ‘경주타워’가 그렇고 ‘동궁과 월지’가 그렇다. APEC 정상회의의 주무대인 보문관광단지도 ‘빛’을 주제로 새 단장 중이다.
보문호변 호반광장에는 신라 시조 박혁거세의 탄생 설화를 모티프로 한 ‘알’ 모양 APEC 상징조형물이 들어섰다. 흰색 알은 혁거세가 깨고 나온 듯 가운데가 갈라져 있다. 두 조각으로 나뉜 알껍데기는 15m 높이로 치솟아 있다.
구조물 외벽에는 사계절 미디어파사드가 연출된다. 알 내부로 들어가면 원형 영상송출판이 설치돼 있다. 상징물 주위로는 연못과 벤치가 원형으로 배치돼 있다. 21개의 벤치는 APEC 참가국을 상징한다. 현재 상징물 설치는 마무리됐으며 미디어파사드 최종 시연을 앞두고 있다.
호반광장에서 300m만 걸으면 보문관광단지의 중심인 ‘육부촌(六部村)’이 있다. 1979년 개최한 아시아태평양관광총회(PATA)의 회의·연회장으로 쓰기 위해 세워진 건물이다. 국제회의 개최 경험이 전무했던 우리나라에 최초로 지어진 현대식 국제회의장이다. 기원전 75년 현재 경주 지역에 살던 6개 성씨가 형성한 독립 부락에서 이름을 따왔다. 6개 부락 대표들은 육부촌을 구성해 만장일치로 의사 결정을 했다. 이 같은 의미를 담아 회의장을 지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육부촌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준공된 지 5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어 볼거리가 풍부하다.
APEC 개최를 앞두고 육부촌의 넓은 마당은 ‘빛광장’으로 변신할 예정이다. 마당 좌우에 불국사 다보탑과 석가탑을 본떠 올린 철탑과 전면 미디어월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본관 곳곳에는 고보조명과 청사초롱도 설치됐다. 이곳에서 열리는 개막식과 폐막식, 각국 문화 공연은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송출된다. 50년 전 최초의 국제회의장 외벽에 최신 기술로 송출되는 정상회의는 달라진 우리나라의 위상을 실감케 한다.
APEC 정상들의 숙소가 집중된 보문호반길 일대는 가로조명이 대대적으로 교체된다. 기존 노후한 전등을 철거하고 가로등주를 통일된 디자인으로 새로 세운다. ‘금빛 도시 경주’를 주제로 따뜻한 금빛이 길을 비춘다. 색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조명 시스템을 도입해, 국제행사 기간 다양한 연출 효과를 내도록 했다. 조명 간격도 촘촘히 조정해 보행자의 안전을 높이고, 보문호의 수면에는 경관조명을 비춰 ‘호수 위 빛의 산책로’를 구현한다.
■ 천년고도에 들어선 첨단 미디어아트보문관광단지에서 차로 5분 거리에는 지난달 문을 연 ‘코스믹 리조트’가 있다. 4,628㎡(약 1,400평) 규모의 미디어아트 테마파크다. 우주를 테마로 빛으로 꾸민 공간이다. 리조트 입구에 들어서면 어두운 협곡을 형상화한 ‘퍼즈 밸리’를 지나게 된다. 벽과 천장이 부드러운 털 재질로 덮여 있다. 손끝에 닿는 촉감이 독특하다. 협곡 출구에 가까워질수록 리조트의 하이라이트 ‘스타 로드’의 빛이 환해진다.
수천 개의 LED 조명이 6면이 전부 거울로 된 공간에 눈부시게 반사된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 속 주인공 네오가 처음 세계의 본질을 꿰뚫어봤을 때의 장면이 떠오르는 곳이다. 공상과학 영화 ‘인터스텔라’의 주인공이 시간을 거슬러 유영하는 우주 공간이 연상되기도 한다. 산란하는 빛의 공간에서 다양한 감각이 일깨워진다. 실제 빛과 반사광을 구분하며 공간을 탐험하는 재미가 색다르다. 시시각각 변하는 빛 속에서 나만의 ‘인생샷’도 남길 수 있다.
빛으로 시작한 여정은 빛의 공연으로 끝맺는다. 700여 개의 구형 조명의 군무 ‘아스트룸’이 펼쳐진다. 약 7분 동안 수백 개의 둥근 빛이 DNA처럼 나선으로 돌기도, 넓은 들판처럼 활짝 퍼졌다가 모이기도 한다. 피날레 공연과 스타 로드 사이 검은 볼풀장 문라이트 풀, 레이저쇼 하이퍼 드라이브 등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보문관광단지의 대표 관광지 동궁원도 개장 12년 만의 확장을 앞두고 있다. 현 부지와 바로 인접해 제2동궁원 ‘라원(신라정원)’이 하반기 개장 예정이다. 실내 동·식물원인 동궁원과 차별화되도록 라원은 실외 공간이 대부분이다. 디지털 체험관 2동을 제외하면 왕릉 정원, 거울 연못 등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정원이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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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이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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