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델 듯 뜨거워지는 여름에는 우리는 종종 스프링을 찾는다. 플로리다에는 거대한 규모의 스프링이 이곳저곳에 많이 있다. 스프링은 한국어로는 보통 용천(湧泉) 즉 솟아나는 샘물을 말한다. 땅속 깊은 곳에서 정화된 지하수가 땅 위로 흘러나와 강을 이룬다. 대개는 물놀이 정도 할 수 있는 스프링이지만 우리 집 근처에는 튜빙할 수 있는 이치터쿠니가 있다.
처음 튜빙을 한 것은 친구의 강권에 의해서였다. 야외 활동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 머뭇거렸지만,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에 억지로 따라나섰다. 그러나 막상 튜브에 올라 흔들리는 물결에 몸을 뉘었을 때, 그 평온함은 지금도 가슴 설레게 한다. 강물은 멈추어 선 듯 고요했지만, 튜브는 하류를 향해 천천히 움직였다.
강물 양옆에는 크고 작은 나무들이 울창하게 서 있었다. 튜브에 달린 머리받이에 머리를 기대고 다리를 튜브 밖으로 뻗으니 강물 폭만큼 좁아진 하늘이 머리 위에서 나를 따라 흐르고 있었다.
일 년 내내 70도(섭씨 21도 정도)를 유지한다는 강물에 시원해진 햇살이 부드럽게 강물 위로 떨어지며 아름다운 윤슬로 반짝였다.
상쾌한 바람이 고된 일상에 지친 내 어깨를 가만히 만져 주었다. 자연 속으로 서서히 가라앉는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얼굴 가득 편안한 미소가 번졌다. 옆 튜브에 앉은 친구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았다.
그 후에 나는 튜빙 마니아가 되었다. 틈만 나면 그곳으로 달려가 자연 속으로 스며들었다.
이번 여름에는 모처럼 온 가족이 튜빙 하러 갔다. 두 사람이 탈 수 있는 튜브를 네 개 빌렸다.
두 손자는 딸과 사위가 각각 한 명씩 데리고 타고, 작은 딸과 사위, 그리고 남편과 내가 한 튜브에 올랐다.
새로운 모험을 좋아하는 큰 손자는 튜브 끝에 앉아 발로 물장구로 치며 물에 들어가도 된다는 제 아빠의 허락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겁이 많은 작은 손자는 엄마 손을 꼭 잡고 행여라도 자기더러 물에 들어가라고 할까 봐 미리 “노”라고 고개를 젓고 있었다. 너무나 다른 성격의 두 손자를 바라보며 남편과 나는 우리들의 두 딸도 자라면서 얼마나 다른 모습을 보였었는지를 이야기했다.
아이들도 자기네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함께 했던 시간으로 들어갔다. 어떤 부분은 우리 네 사람이 모두 다르게 기억하는 것도 있었다. 함께 공유한 시간도 서로의 성격대로 저장되어 있음을 발견하고 우리는 모두 깔깔거리며 웃었다.
네 식구였던 가족의 수가 여덟이 되었다. 작은 딸이 아기를 낳는다면 곧 열이 될 것이다. 4-5년 후 다시 튜빙하러 오면 그때는 5개의 튜브로 이어진 가족이 오늘의 튜빙 시간을 추억할 것이다.
함께 한 시간이 서로의 마음속에 쌓여 반짝반짝 빛을 내고 아이들은 그 귀한 빛을 따라 좋은 삶을 살아 낼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이런 마음이 들자, 우리 가족이 계속 늘어나는 것을 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손자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때에도 다 같이 튜빙을 갈 수 있을까? 요즘은 오래 산다고 하니 욕심을 한껏 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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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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