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을 가운데로 하고 푸틴과 김정은이 함께 톈안먼 성루에 나란히 섰다. 그 모습이 자유세계에 불길한 이미지로 다가오고 있다’-.
그 날을 이름 하여 전승절이라고 하던가. 유럽 국가들과 소련이 나치 독일과 싸웠기 때문에 Victory in Europe Day(대독전승일, 승리의 날) 5월 9일을 기념하는 것처럼 중일전쟁에서 승리 선언을 받은 날을 중화인민공화국은 전승절로 기린다.
그 80주년인 2025년 9월 3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는 대대적 열병식이 펼쳐졌다. 1959년 마오쩌둥,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제 1서기, 그리고 김일성이 함께 나란히 톈안먼 성루에 선 이후 66년 만에 처음으로 중-러-북의 수뇌들이 함께 서서 열병식을 관람했다.
그 광경에서 월 스트리트 저널은 불길한 그림자가 번져가는 것을 바라본 것이다.
‘인류는 다시 평화와 전쟁, 윈윈 협력과 제로섬 게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중국 인민은 역사와 인류 문명의 진보라는 길에 서서 평화발전을 추구해나갈 것이다… 중화민족은 강권과 폭력에 굴하지 않고 싸울 것이다.’ 시진핑의 톈안먼 성루 연설이다.
군국주의 일본이 패망한, 다시 말해 미국과 연합국이 승리를 기념하는 날이다. 그 날을 반미(反美) 이벤트의 날로 몰아갔다. 미국의 2차 대전 승리, 이후 세계질서 정립. 이런 것들은 모두 무시됐다. 그러면서 중국이 주도하는, 더 나아가 ‘수정주의세력의 축’ 중심의 ‘새로운 질서’라는 내러티브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거짓에 기반을 두었다. 그리고 그 기반위에서 계속 허구의 서사를 펼쳐내고 있다고 할까. 중국 공산당이 마치 국제 평화의 사도라도 된 것처럼.
베이징이 ‘전승절’기념의 주체가 된 것부터가 그렇다. 역사왜곡을 넘어 역사날조로 보인다.
1937년에서 1945년 일본의 침공에 맞서 정면에서 싸워온 것은 국민당의 장제스 정부군이다. 거의 전 전선에서 일본군과 싸우며 350만에 이르는 전상자를 냈지만 미국의 지원을 받아 결국 승리로 이끌었다.
이는 일본 측 전상자 데이터로도 증명되고 있다. 일본군의 중국전선 전상자 수는 100여만으로 거의 다가 국민당 정부군과 미국 등 연합군과의 교전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 수치가 말하는 것은 다름이 아니다. 일본군과 중국 공산당군의 전투는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중국 공산당이 일본의 침략에 맞서 싸워 승리를 이끌어냈다는 주장은 완전한 날조다.
왜 그러면 중국 공산당군과 일본군의 대규모 교전은 사실상 없었던 것인가.
국공합작은 위장전술에 불과했다. 마오쩌둥의 목적은 오로지 국민당 정부 타도로 일본군과의 교전을 회피하면서 공산군 병력 증대에만 몰두해왔다. 그 모택동을 도와준 게 스탈린이다.
스탈린은 1939년 히틀러와 불가침조약을 맺었다. 나중에 이 조약을 히틀러는 무시, 소련침공에 나섰지만 스탈린은 이 조약에 준거해 일본과의 충돌을 피해왔다. 그리고 1941년 맺어진 것이 소련과 일본의 중립조약으로 2차 대전 패망직전까지 스탈린은 이 조약을 지켜왔다.
마오쩌둥은 당시 이 같은 입장인 스탈린의 지시를 충실히 따랐다. 그리고 오히려 미 OSS(2차 대전 당시 미국 첩보국)의 지원에 대한 사보타주를 일삼아 왔다.
이 사실을 철저히 은폐했다. 그리고 민간인을 포함해 무려 1500여만의 희생된 항일투쟁의 주역은 장제스의 국민당이 아닌 중국공산당인 양 역사를 왜곡, 날조해왔다.
중국인민의 목숨을 가장 많이 앗아간 세력은 외국세력이 아니다. 중국 공산당이다. 마오쩌둥 치하에서 대약진운동, 문화혁명 등을 통해 최소 7000여만의 무고한 인명이 희생됐다.
그 엄청난 살육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하지 않고 있다. 아니, 아예 역사기록에서 지워버렸다. 그런 중국 공산당이 항일전쟁의 주역을 자처, 희생된 영령을 추모하며 대대적 무력시위를 펼친다. 한 마디로 사기극이다.
그리고 그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그렇다. 역사의 사기극을 정당화시켜주는 꼴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중국이, ‘수정주의세력 축’이 공공연하게 내던진 반(反)미, 반(反)서방 도전장, 거기에 호응할 태세가 되었다는 신호이기도 한다.
때문에 유럽을 비롯한 서방자유진영 국가들은 이 전승절 행사를 외면했다. 베이징의 위하(威?)성의 종용에도 불구, 서방의 베이징 주재 대사들은 행사참석을 안 한 것.
이보다 앞선 지난 1일 텐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했던 모디 인도총리, 그리고 튀르키예의 스트롱 맨 에르도안 조차 불참선언과 함께 발길을 돌렸다.
러시아, 북한, 이란 등 중국과 함께 CRINKs로 불리는 국가들,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의 4개 ‘탄’국가들, 쿠바, 라오스 등 공산체제와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지역의 독재체제 지도자 등 20여명이 참석했을 뿐이다.
자유진영에서 이 전승절 행사를 빛내준 유일한 존재는 이재명 정부다. 대한민국 의전서열 2위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박지원 등이 참석한 것. 이들은 어떤 외교적 성과를 올렸나.
‘황공스럽게도 김정은 위원장과 악수를 나누었다’- 이 점을 ‘한반도 평화 문제에서 의외의 성과’라며 우원식 본인과 민주당은 되뇌고, 또 되뇌고 있다고 하던가.
또 다른 혁혁한(?) 성과도 있다. 날조된 역사사실을 바탕으로 마련된 무대에서 펼쳐진 중-러-북의 반미연대과시. 그 국제 사기 쇼에서 아주 충실한 들러리 역할을 해주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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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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