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21세 이상 성인의 기호용 마리화나 소지 및 사용을 허가하는 법안에 서명했고 즉시 발효되었다. 주 당국은 합법적으로 마리화나를 팔고 세금을 받아 세수를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마리화나는 마리화나 식물에서 추출한 향정신성 약물로 미 연방차원에서는 불법이나 뉴욕을 비롯한 미국의 수많은 주에서 오락용, 의료용 사용이 합법이다. 마리화나 합법화 시행 이후, 어딜 가나 강한 향과 담배가 섞여 타는 듯한 냄새가 진동한다. 사람들은 역겨움, 두통, 구토, 어지럼증을 호소한다.
맨하탄행 지하철을 타면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가리고 있다가 밖으로 나오면 맑은 공기도 잠시. 다시 마른 풀타는 냄새가 코에 들어온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보고 늦은 밤거리로 나서 지하철을 타러 가면서는 더욱 냄새가 진동한다. 34가 펜스테이션 인근 공원에도, 심지어 길을 걸어가면서 마리화나를 입에 물고 있는 사람을 보면 코를 막지 않을 수가 없다.
집 앞 공원에 가면 어린이놀이터의 벤치에서도 마리화나 냄새가 난다. 이웃이 마리화나를 피우면 연기가 주방 싱크, 각종 배관, 바닥과 벽의 틈새로 냄새가 들어온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지난주 뉴저지 프린스턴 지역을 다녀왔는데 그곳도 심각했다. 고색창연한 프린스턴 대학가를 지나고 숲을 지나 정갈하고 멋진 빌라를 다녀왔는데 근처 신축 아파트 거주자들이 대놓고 거리에서 마리화나를 하고 있단다. 조카는 청정구역인 줄 알았더니 완전 마약 소굴인지라 공기청정기가 소용이 없고 두 살짜리 여아를 동네 앞길에 나가 놀게 할 수도 없어서 이사를 고려 중이라고 했다.
지난 8월 마지막 주부터 9월 첫 주에 걸쳐 개최되는 US오픈 테니스 대회에서도 대마초 냄새가 이슈가 되었다. 워낙 테니스를 좋아해 휴가를 내어 영국 런던 윔블던 선수권 대회에 이어 뉴욕 US오픈 테니스 대회를 몇날 며칠동안 참관하는 친구의 아들도 마리화나 냄새를 말했다. 관객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온 선수들이 경기장 내에 퍼져있는 대마초 냄새를 지적했다.
1978년부터 매년 열리는 퀸즈 최대 스포츠 제전인 US오픈이 열리는 빌리진킹 국립테니스 센터는 전 구역 흡연금지 정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실내외가 개방된 구조인데다 센터가 위치한 코로나 공원 등에서 흘러들어오는 냄새가 선수들을 괴롭히는 것이라 했다.
플러싱 메도우 코로나 공원에는 1964년 열린 뉴욕세계박람회 관련 전시물뿐 아니라 1972년 설립된 퀸즈 미술관은 한국 작가 특별전이 가끔 열리는 곳이다. 특히 뉴욕과학관은 아이들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전시작이 있어 초중고 학생들의 인기최고 견학 장소이다.
그런데 이 공원이 마리화나 냄새의 진원지라니, 선수와 관중뿐 아니라 시민들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아직 공식적인 대책은 없다. 대규모 리뉴얼 계획으로 외부 환경을 통제하기 위해 공기청정 시스템, 식물 차폐 구조물 설치 등의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는 한다.
냄새로 인해 메스꺼움, 눈 가려움증, 목 통증, 알러지성 가려움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특히 천식 환자에게는 악영향을 준다. 건강상 피해를 입어도 입증할 의학적 근거가 없으니 피해 보상도 받을 수 없다.
또한 ‘미국심장협회 저널’에 발표된 연구(2016년~2020년 18~74세 미국 성인 43만4,104명의 데이터 분석)에 의하면 마리화나를 매일 흡입한 사람은 전혀 사용하지 않은 사람보다 심장병 확률이 25%, 뇌졸중 발병 확률이 42%나 높았다. 산발적으로 사용한 사람들은 비사용자에 비해 심장마비 위험이 3% 증가했고 뇌졸중 위험은 5% 증가했다.
무엇보다도 간접흡연으로 인해 시민들의 건강 악화는 물론 마리화나 피우는 사람은 더 강한 독성 마약을 찾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담배 피울 수 있는 공공장소에서 마리화나를 피울 수 있지만 학교, 사무실, 공원에서도 피우고 있다. 마리화나 사용자가 늘수록 냄새에 머리가 아프다는 주민들의 고통은 커져간다.
왜 마리화나 피울 권리만 있는가? 마리화나 냄새를 맡지 않을 권리도 주어져야 하지 않는가. 마리화나 간접흡연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마리화나 냄새 위험 지대에 놓인 시민들에게는 건강 위험수당도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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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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