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병철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
▶ 머리 뒤쪽 신경 눌리면 목·어깨 외 머리·눈·뺨·턱·잇몸 통증 나타나

8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손병철 신경외과 교수가 후두신경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평소에도 뒷목이 당기고 뻐근했던 A씨는 최근 목 부위의 찌릿한 통증과 함께 눈이 아픈 안통이 찾아왔다. 뇌졸중(중풍)일 수 있다는 두려움에 서둘러 병원에 갔으나,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퇴원 후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한 다른 병원에선 목 디스크(경추 추간판탈출증) 증세가 있다며 신경차단술을 권했다. 시술을 받았지만, 목과 눈 주위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여러 병원을 전전한 끝에야 A씨는 ‘후두신경통’이 원인임을 알 수 있었다. 그를 진단한 손병철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후두신경통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매우 흔한 질환”이라고 말했다.
후두신경통은 머리 뒤쪽의 후두신경이 눌리면서 목과 어깨 통증, 두통, 안통, 얼굴(뺨·턱·잇몸)에 얼얼한 통증 등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만난 손 교수는 “여러 부위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지만 신경외과·신경과 진료를 보러 온 환자가 목 부분 통증이나 안통에 대해선 대체로 말하지 않고, 의사도 담당 분야 이외의 통증엔 관심이 적기 때문에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원인을 모르니 A씨처럼 ‘진단 방랑’을 겪으며 원인과 무관한 시술을 받기 쉽다. 증상이 심한 경우 뇌수술까지 한 사례가 있을 정도라고 손 교수는 전했다. 그는 “목 디스크는 주로 팔이 저리거나 당기는 방사통이 함께 나타난다”며 “팔 저림·당김이 없으면서 귀 뒤쪽 뒷목 통증이 계속 되면 후두신경통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후두신경통이란 병명 자체가 생소합니다.뒷목과 어깨 근육은 후두(뒤통수의 돌출부)와 힘줄로 연결돼 있는데, 후두신경통은 후두신경이 힘줄에 눌려 있다가 어느 순간 여러 통증이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우선 귀 뒤쪽의 뒷목이 아프고, 후두의 위·아래 방향으로 통증이 방사돼요. 통증이 위쪽으로 방사되면 두통이 나타나고, 아래쪽으로 방사되면 어깨 쪽이 아프게 됩니다. 심한 경우엔 눈이 아픈 안통, 칼로 베는 것 같은 통증이 얼굴에 나타나는 삼차신경통이 생기기도 합니다.
- 안통이나 얼굴 통증으로 이어진다는 게 특이하네요.후두신경의 뿌리가 뇌 안에서 얼굴 감각을 담당하는 부위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후두신경통은 안통이나 뺨의 얼얼한 통증을 일으켜요. 눈 주위가 찌릿찌릿하거나, 눈이 부은 것 같은 느낌, 심하면 눈이 빠질 것 같은 통증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안과 검사에선 이상이 없어요. 눈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턱이 아프거나, 뺨에 국소마취가 된 것 같은 얼얼한 통증을 느끼는 경우도 있어요. 이렇게 후두신경 문제로 얼굴에 통증이 생기는 것을 후두신경통의 안면전이통이라고 합니다.
- A씨 사례처럼 진단이 늦어지는 이유는 무엇입니까.목 부위가 아프면 경추에 문제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 후두신경에 이상이 있을 거라고 보통은 생각하지 않아요. MRI를 찍어도 대개 목 부분엔 뚜렷한 이상이 안 나타나기 때문에 담당 의사도 큰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척추신경외과나 정형외과에 가더라도 목이 아프면 머리도 아플 수 있다고 말해주는 정도예요. 신경과, 신경외과에서 진료받을 때 목과 얼굴이 아프다고 하면 마찬가지로 별다른 이야기를 듣지 못합니다. 후두신경통은 목 부위 통증과 두통, 안통, 어깨 통증, 얼굴 통증 등 여러 조각을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현행 진료 체계가 신체 부위마다 세부적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복합적인 판단이 어려워요. 그러니 환자들은 원인을 알지 못한 채 물리치료나 도수치료를 받으며 생활하거나, 효과가 제한적인 시술을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 제한적인 시술은 어떤 걸 뜻합니까.원인 진단이 어려우니까 어깨 부위 신경차단술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곳이 어깨가 아니기 때문에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요. 후두신경통이 눈과 뺨의 얼얼한 통증을 유발하다보니 삼차신경통으로 오진되기도 합니다. 삼차신경통은 얼굴의 감각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삼차신경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데, 진료한 환자 중에선 삼차신경통 치료를 위해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을 받은 경우도 있었어요. 뇌수술의 일종인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은 고강도 방사선을 조사해 신경의 과민한 신호전달을 차단하기 때문에 멀쩡한 신경을 대상으로 수술하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
변태섭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