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멘더링은 특정 정당의 이익을 위해 선거구 경계를 자의적으로 조작하는 행위다. 이 용어는 1812년 매사추세츠 주지사 엘브리지 게리가 자신의 당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조작한 데서 유래했다. 당시 그는 도롱뇽(salamander)처럼 기괴한 모양의 선거구를 만들었고, 이를 풍자한 언론이 '게리멘더'(Gerry-mander)라는 이름을 붙였다.
2020년 인구조사 결과, 텍사스는 인구가 400만 명 이상 증가하며 연방 하원의원 의석을 2석 추가로 확보했다. 이에 따라 총 38개 연방하원 선거구를 재조정해야 했고,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텍사스 주의회는 이를 기회 삼아 자신들에게 유리한 선거구 지도를 그렸다.
이 선거구의 핵심은 인구 증가를 주도한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투표력을 무력화하는 것이었다. 공화당은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히스패닉 밀집 지역을 여러 선거구로 쪼개거나(cracking), 혹은 특정 지역에 몰아넣어(packing)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는 의석 수를 최소화하려 했다.
이러한 조작을 통해 텍사스 공화당은 38석 중 최대 30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 13석인 민주당 의석이 8석으로까지 줄어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텍사스의 게리멘더링은 미국 전체 정치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민주당이 절대 다수인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은 즉각 반발하며 텍사스의 책략을 상쇄하기 위한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52석의 연방하원의원을 보유한 캘리포니아 외에도, 민주당은 콜로라도와 오리건 등에서 공화당에 맞서고 있고, 공화당은 플로리다, 조지아 등에서 게리멘더링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몇몇 주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게리멘더링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각 주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선거구를 조작하면서, 미국 의회는 더욱 극단적인 노선으로 치달을 것이며, 이는 정치적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열은 이민자이자 소수계인 미주 한인 커뮤니티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분열된 사회에서 소수계는 언제나 선택을 강요받았고, 사회적 충돌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이 미미한 소수계는 분열된 사회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우며, 공공의 이익보다는 진영의 이익이 우선시되는 상황에서 소수계의 권익 보호는 후순위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미주 한인 커뮤니티가 스스로의 목소리를 강화해야 할 때다. 사회적 혼란 속에서 우리 커뮤니티가 생존하고 발전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정치 참여다.
적극적인 유권자 등록과 투표 참여를 통해 우리의 목소리를 표출해야 한다. 우리의 표가 정치인들의 당락에 영향을 미칠 때, 비로소 우리의 존재가 인식되고 권익이 존중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텍사스가 쏘아 올린 게리멘더링의 불씨가 미국 전체를 삼키기 전에,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스스로 지키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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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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