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1937)는 세계 최초 컬러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1930년대는 흑백영화 전성기였다. 컬러 실사영화는 1950년대가 돼서야 보편화됐다. 비록 그림이지만 살아 있는 듯한 색감을 지닌 사람과 동물이 스크린 위에서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환호했다. 지금이야 세계 애니메이션 역사의 주요 이정표로 꼽히지만 제작 당시 우려와 조소가 쏟아졌다. 단편 애니메이션이나 보던 시절 제작자 월트 디즈니(1901~1966)가 시장을 오판했다는 거였다.
■ 디즈니는 당초 예산의 3배가 넘는 150만 달러를 4년 동안 쏟아부어 ‘기적’을 만들었다. 동물들과 배우들을 스튜디오에 데려와 그들의 동작을 그림에 세세히 반영하기도 했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는 당시 유성영화 역대 최고 흥행 기록(1939년 기준 650만 달러)을 새로 쓰며 1923년 설립된 월트디즈니컴퍼니의 황금기를 열었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는 월트디즈니컴퍼니가 21세기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도약하는 데 있어 초기 발판을 마련해 준 애니메이션이다.
■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실사로 만든 영화 ‘백설공주’가 개봉(19일)을 앞두고 논란에 휩싸였다. 백설공주 역의 레이철 제글러가 그림 형제의 독일 원작 동화(1812)와 애니메이션에 묘사된 것처럼 ‘눈처럼 흰 피부’가 아니라서다. 영화 속 ‘백설(Snow White)’은 ‘눈보라를 뚫고 태어나 강인하다’는 의미다. 외모 지상주의를 경계하는 시대상의 변화를 반영했다고 하나 새하얀 백설공주 피부를 당연하게 여기던 대중의 반발을 초래할 만하다.
■ 월트디즈니컴퍼니 영화의 인종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인어공주’(2023) 속 인어공주를 흑인 핼리 베일리가 연기해 비난을 샀다. 월트디즈니컴퍼니는 지난 1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백설공주’ 시사회 레드 카펫 행사에서 기자들 접근을 막았다. 배우들의 발언이 논란을 증폭시킬까 우려해서다. ‘백설공주’ 논란은 ‘깨어 있는(Woke)’ 영화들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가 상술에 활용해 온 ‘정치적 올바름’이 이제는 독이 든 사과가 됐다.
<라제기 / 영화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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