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행성일까? 외계인들이 걸어 나올 것 같은 국립 자연기념물인 트로나 피너클스 (Trona Pinnacles)에 왔다. 수만 년 전 호수 바닥에서 끓어오른 마그마가 바닷물과 만나 굳어져 기암괴석이 된 투파(tufa)들을 보며 “와!” 소리도 크게 나오지 않는다.
벅찬 감동을 뒤로 하고 차들이 지나간 바퀴 자국을 따라 나오는 길에 자동차가 모래흙에 빠져 들어 갔다. 빠져나오려고 애를 쓸수록 더 깊이 빠져 차 앞바퀴가 젖은 모래흙에 완전히 묻혔다. 삽으로 모래를 파내고 나뭇가지와 돌을 차 바퀴 앞에 놓아도 소용이 없다. 이때 한 아가씨가 사륜차를 몰고 왔다. 모니카는 땀을 뻘뻘 흘리며 차 밑에 들어가 모래를 파내고, 이런저런 궁리를 다 하는 동안에 차 뒷유리창이 박살 났다. 밴의 오른쪽 앞바퀴를 움직이는 축이 부러져서 차가 모래 속에서 꼼짝달싹도 안한다. 문제는 더 커지고, 시간은 오후 4시, 사막의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그녀는 피너클로 들어오는 입구에 세워진 모토 홈에 가서 청년, 코리와 우리를 도울 수 있는 기계가 있다는 가족이 함께 여행 온 쾍을 데리고 왔다. 쾍은 우리 밴에 모터를 걸어 끌고, 코리와 모니카는 삽으로 모래를 파내고 보드를 차 바퀴 뒤에 옮기며 3시간 동안 애를 써서 차를 모래 속에서 꺼내 놓았다.
인터넷, 전화도 안 되는 곳이다. 우리 밴은 꼼짝달싹도 안한다. 캄캄한 밤하늘엔 크고 작은 별들이 우리 머리로 쏟아져 별나라에 유배 온 것 같다. 인터넷이 있는 코리의 모토 홈으로 와서 그는 차를 견인할 수 있는 곳과 호텔을 찾아서 전화했다. 모니카는 우리를 릿지크레스트 시에 있는 호텔에 데려다 주고 늦은 밤, 먼 길을 운전하여 그녀의 집으로 갔다. 밤 10시 넘어서 온 견인차를 안내해서 그곳을 빠져나올 때까지 도와준 젊은 청년 코리, 싱가포르에서 여행 온 40대의 쾍, 폴란드에서 온 모니카는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보내준 천사들이다. 이들의 헌신적인 도움이 없었더라면 그날 밤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 지 모르겠다. 자기 부모에게 하듯이 성심성의껏 도와준 젊은이들이다. 국적, 인종, 나이, 상황을 떠나서 어려움 당한 우리를 자기 일처럼 힘을 다해 도와준 이들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세상은 점점 험악해지고 사악해서 사람을 믿을 수 없다. 선한 사마리안은 찾아 볼 수 없다. ’며 두려워했던 우리에게 ‘아직도 세상은 아름다운 사람이 많다.’고 알게 해준 세 젊은 친구에게 고맙고 미안해서 얼마의 성의를 표했지만, 그들은 그들의 선한 마음으로 한 수고를 망치지 말아 달라며 사양했다. 오지라서 차를 시내로 견인하고, 고치는데 값을 톡톡히 치른 여행이다. 하지만 우리는 돈과 시간,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사람을 만났다. 세상은 아직도 선한 사람이 많이 있고, 살아 숨 쉬는 것이 우연이 아니고 돕는 자의 은혜로 산다는 것을 깨달았다.
완전하게 고쳐진 우리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서슴지 않고 다른 사람을 돕고 살아야 겠다.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니 아직도 아름다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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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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