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단체 ‘노레이블’ 주목… “승리 가능성 작아도 큰 변수”
▶ “’여당 내 야당’ 맨친 나서면 바이든 재선도전 타격될 수도”
미국 백악관 [로이터=사진제공]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에 거부감을 가진 유권자들이 적지 않은 가운데 일각에서 제3후보 물색 작업이 추진되고 있어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중도 성향의 정치 단체 '노 레이블'(No Labels)이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격돌을 염두에 두고 대안 후보를 내세울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단체의 공동대표 중 한명인 벤 차비스는 "미국인들은 2020 대선의 되풀이보다 많은 선택을 원한다"고 말했다.
노 레이블은 내년에 공화당과 민주당의 경선 구도를 지켜본 뒤 승산 가능성을 따져 내년 4월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3의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이나 방식은 결정되지 않았다.
2010년 발족한 노 레이블은 기부자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지만 세금 신고에 따르면 2021년 1천130만 달러(약 148억원), 2020년 1천180만 달러(약 154억원)을 각각 모금한 것으로 추정된다.
WSJ은 노 레이블의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는 정치인으로 조 맨친(웨스트버지니아) 민주당 상원의원을 거론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와 전기차 보조금 지급 등 여러 정책에서 충돌하면서 민주당 내 야당으로 불리는 중도 보수 성향으로 알려졌다.
맨친 의원은 지난달 초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제3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매치보다 제3후보를 뽑겠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미 NBC방송이 지난달 16~20일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24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 시 제3의 무소속 후보 지지를 고려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4%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에서 각각 유력한 대선 후보로 꼽히지만 불안 요인도 뚜렷하다.
올해 82세인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과 건강을 둘러싼 의구심으로 대안론에 시달리는 상황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불법 국가 기밀 반출 혐의로 미 연방검찰에 기소됐다.
WSJ은 노 레이블이 제3의 후보를 내세울 경우 대선의 중요한 주(州)들에서 경쟁 구도를 흔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역사적으로 제3의 후보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억만장자 로스 페로는 1992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조지 H.W. 부시 당시 대통령과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 사이에서 18.9%를 득표하며 '무소속 돌풍'을 일으켰지만 선거인단은 한명도 확보하지 못했다.
양당제가 정착된 미국에서 제3후보가 대권을 거머쥐기는 사실상 어렵지만 대선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1992년 페로가 공화당 지지표를 잠식하면서 H.W.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막았다는 평가가 많다.
또 2000년 대선 때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석패한 것은 환경운동가 랠프 네이더의 출마에 영향을 받았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WSJ은 노 레이블의 대선 후보가 등정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는 정치 전략가들과 민주당 의원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측근들이 포함된 수십명은 지난달 워싱턴DC에서 모여 노 레이블이 대선 후보를 내지 않게 압박하는 방법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레이블의 1순위 후보로 거론되는 맨친 상원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더 갉아먹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노 레이블이 중도 성향의 민주당원이 아니라 공화당원을 후보로 내세울 경우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덜 분명하다고 WSJ은 예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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