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력파탄·사회적매장 자업자득으로 인식
▶ 문화·체육·정계 등 광범위한 확산 주목
▶ “학폭 문제는 한국문화에서 영향력 커”

서울대 게시판에 정순신 변호사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에서 확산하고 있는 ‘학폭 미투(‘나도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하는 것)’ 현상에 대해 뉴욕타임스가 주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 ‘유명인사가 싫어하는 관심: 괴롭힘 고발’ 제하의 기사에서 폭로가 사회 각계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진다는 점을 주목했다. NYT는 “20년 동안 학교 폭력과 ‘왕따’에 대한 대중의 비난은 한국의 문화에서 점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대표 학교폭력 사례로 야구선수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이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한 것,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로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낙마한 것 등을 들었다.
2021년에는 프로배구 선수 이재영, 이다영 자매가 중학교 시절 동료들에게 폭언과 협박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리그에서 퇴출당했다. 지난해에는 하이브 신인 걸그룹 르세라핌의 멤버 김가람이 학폭 의혹 속에 계약 해지를 당했다.
공직자 자녀의 학교폭력이 정치권에 논란을 일으켰다는 점도 거론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자녀 학교폭력 문제가 드러난 정순신 변호사의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결정을 하루만에 전격 취소했다.
NYT는 한국인들이 학교폭력 폭로 가해자에 대한 지탄 내지 ‘사회적 매장’을 응당한 ‘자업자득’으로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가해자 끌어내리기가 대중적 지지를 얻고 있다는 취지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다. 특히, 한국인들이 학교폭력 폭로에 따른 사회적 매장을 정의로운 징벌로 본다고 전했다. 앨라배마대에서 범죄학을 연구하는 김지훈씨는 NYT에 “많은 한국인은 학교 폭력이 피해자의 삶을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파괴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폭력 가해자들의 커리어를 망가뜨린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자업자득이라고 여기기 때문”고 덧붙였다.
NYT는 지난 20년 동안 학교 폭력 및 괴롭히기에 대한 국민적 지탄이 한국 대중 문화에서도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인들이 ‘사적 처벌’에 관대한 이유에 대해 학교의 공적 처분이 미약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학교폭력 피해자 보호 활동을 하는 노윤호 변호사는 “미국에서 학교폭력은 정학, 퇴학 처분을 종종 받지만 대부분의 한국 학교들은 사회봉사나 접근금지 명령을 내리는 데 그친다”고 지적했다.
다만 NYT는 학창 시절에 저지른 잘못 때문에 인생 전체를 재단당하는 것은 과하다는 주장도 소개했다. 학교폭력 폭로가 주로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이뤄지는 탓에 진위확인이 어렵고 과장되는 경우도 있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개그맨 홍현희가 2년 전 학폭 의혹에 연루됐다가, 피해자라고 주장한 동창생이 자신의 기억이 잘못됐다고 번복하며 온라인상에 올린 게시글을 삭제하는 일이 있었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NYT는 학창 시절에 저지른 잘못은 이유로 인생 전체를 재단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주장도 소개했다. 그런 논란의 사례로 KBO리그에서 최고의 투수 중 하나로 꼽힌 안우진(23·키움 히어로즈)를 들었다. 안우진은 휘문고 재학 시절 학교 폭력으로 징계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그의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출전을 금지하는 등 태극마크를 박탈했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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