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는 종종 자연계에서 약한 존재로 오인 받는다. 하지만 알고 보면 갈대는 가장 경쟁력이 강한 식물이다. 갈대로 뒤덮여 갈대밭이 된 물가가 많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파스칼이 ‘갈대’를 약한 존재로 여긴 이유는 바람이 불면 쉽게 흔들리고 휘청이기 때문이다.
단단하고 강한 식물은 물가에서 자랄 수가 없다. 물가에 큰 숲이 생기지 않는 이유는 강한 물살과 바람이 생육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앙리 파브르의 ‘식물기’를 보면 갈대가 돌풍에 쓰러지려는 갈참나무에게 이렇게 말한다. ” 나는 너처럼 바람이 무섭지 않아. 부러지지 않도록 언제나 몸을 숙일 수 있으니까. “ (이나가키 히데히로의 ‘이토록 아름다운 약자들’ 중에서)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를 보라. 속이 텅 비어있다. 공중에 나는 새는 뼈조차 속이 텅 비어 있어서 비행이 수월하고 가볍다. 먼 거리를 여행하려면 가방 수를 줄여야 하고 과수(果樹)도 열매를 많이 산출하려면 자신의 몸집으로 가볍게 비워야 한다. 사람의 내면도 마찬가지다. 불필요하고 잡다한 것을 비워낼 때 자기만의 독특한 소리를 낼 수 있다.
갈대의 속은 텅 비어있다. 큰 저항에도 자유롭다. 어떤 강풍에도 유유자적하고 끈질기다. 느티나무, 참나무, 소나무 같은 큰 나무의 가지는 굵고 단단하지만 저항에 적응하는 힘은 턱없이 부족하다. 몰아닥치는 힘을 유연하게 비껴가는 능력은 갈대가 제일 탁월하다.
맨발의 성자로 유명한 로렌스 형제( Lawrence)는 젊은 시절 군 복무 중 큰 부상을 입고 생사를 헤매다가 하나님의 은혜로 생명을 건졌다. 그후 로렌스는 칼멜 수도원에 입회한 후 식당의 요리와 샌들 만드는 일을 도맡아 겸손히 헌신했다.
감동받은 수도사들의 추천으로 수도원장이 되었지만 로렌스는 이를 사양했다. 77세로 죽을 때까지 로렌스는 평수도사들의 샌들 만드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하나님의 임재‘’ 라는 유명한 책은 로렌스가 만든 샌들을 신어본 수도사들에 의해 기록된 것이다.
전경일의 ‘비움’이란 짧은 글이 있다. “속이 가득 찼다고 소리를 내는 게 아닙니다. 악기는 비어있기 때문에 울리는 것입니다. 연습 중이던 지인은 첼로의 활을 듣고 소리를 튕겨내고 있었습니다. 그는 내게 첼로의 속이 비어있는 것을 사람들이 잘 모른다면 텅 빈 속을 보여주었습니다. 한 번 비워보세요. 내면에서 울리는 자기의 외침을 듣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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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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