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 아침 벌어진 일이다. 건네주는 커피잔과 받는 이의 엇박자로 유리잔이 타일바닥에 떨어지며 박살이 났다. 동시에 피가 콸콸이라는 단어가 적합했을지도, 발바닥에 유리가 박힌 모양이다.
지혈을 서두르는 남편의 뒷꼭지를 보며, 유리그릇이 깨지면 일진이 안 좋다는데 내가 다쳐서 다행이다 싶다. 비상 치료 후 천정을 향해 발 올리고 누우니 하얀 벽과 천정에 회색 빛 걱정으로 가득이다. 유리가 박혔다면? 실핏줄이 끊어 졌다면? 병원을 가봐야 하나? 그 역시 일터로 나선 걸음 후회하며 계속 전화다.
한편 무산 되어버린 분주함이 가져온 외로운 한가함으로 생각에 잠겨본다. 이제부터라도 달리기보다 천천히 걸어 보자. 길섶에 흐드러진 들꽃도 바라보고 들판에 노릇 노릇 널린 낙엽도 주워보며 그 언젠가 행복 했던 철없던 그 시절로 되돌아가 보는 거다. 우연한 사고도 이쯤 되니 깨우침을 주기 위한 암시로 느껴진다. 또 이렇게 마무리 된 하루가 참 감사하다.
<이선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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