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은 모루가 아닐까
들끓는 생각들을 꺼내
두드리고 자르고 담금질하다 보면
모났던 말들이 불꽃처럼 튕겨 나와
파리하게 식어가는
입술은 상처투성이 모루 같다
쇳덩이는 잘 벼려진 연장이 되기 위해
가지고 있던 별을 모두 버리고 평생을
닳아가는 일로 명기가 되어가듯,
파란별이 다 빠져나간 말들이 명언으로
완성되어가듯, 별은 쇳덩이 속에서 뜨고
입술에서 파랗게 진다
밤마다
자루가 빠지거나 무뎌진
말 몇 벌 다듬어 놓고
입술을 핥으면
푸시시 쇠 맛이 난다
김경숙 ‘모루에는 별이 뜨고 말에는 꽃이 핀다’
입방아 찧는 오래된 방앗간은 지나가 봤어도 입술모루는 처음 보는 물건이다. 저렇게 부드러운 살덩이가 모루가 될 수 있을까. 처음 보지만 금방 용도를 알 수 있는 ‘신상(품)’처럼 이내 수긍이 간다. 쇳덩이를 오래 달구고 두드릴수록 좋은 연장이 나오듯, 들끓는 생각을 오래 담금질하고 단조해야 좋은 말이 나올 것이다. 옛말에 ‘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람은 혀 때문에 죽는다’ 했다. 곰은 쓸개 때문에 살고, 사람은 혀 때문에 살아야 할 것이다. 경솔한 입방아는 사람 상하게 하는 비수가 되지만, 신중한 입술모루는 자신과 남을 살리는 명약이 될 것이다. 칼을 꺼낼 것인가, 꽃을 꺼낼 것인가. 입술모루 안에 담긴 오늘치 들끓는 생각들! 반칠환 [시인]
<김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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