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한국서 중고등학교 다닐 때 영화를 단체 관람하는 날이 있었다. 건전한(?) 내용의 영화만을 엄선해 당시 학교의 영화 선정 기준이 못내 아쉬웠지만 공식적으로 극장 출입이 가능한 것으로 우울한 기분을 달랬던 기억이 있다.
단체 관람 영화 중 ‘쿼바디스’라는 영화가 있었다. 로버트 테일러와 데보라 카의 러브라인과 함께 피터 유스티노브(네로 황제 역)의 폭정이 겹치면서 1세기 기독교인들에 대한 박해를 그린 명작 중 하나다.
내 기억 속에서 영화 ‘쿼바디스’를 소환한 것은 제목이 주는 의미 때문이다. ‘쿼바디스’는 ‘어디로 가시나이까’라는 뜻이다. 코로나19 사태에 갈팡질팡하는 미국의 미숙한 대처에 힘없는 민초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과 코로나19 감염 우려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현실에 걸맞은 질문이기 때문이다.
지난 23일을 기점으로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400만명을, 사망자 수는 14만명을 넘어섰다. 300만명의 확진자 수를 기록한 지 불과 15일만이다.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은 초기 3월과 4월 수준에서 한발짝도 진전하지 못한 듯 하다. 코로나19 테스트 진단 키트의 부족 현상은 여전해 감염 확인이나 추적 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마스크 착용 문제만 놓고 보더라도 찬반 양론이 갈리면서 코로나19 확산의 핵심 저지책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한마디로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소위 ‘컨트롤 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여러 주에서 코로나19의 재확산 현상이 나타나면서 경제 활동의 제한 조치가 다시 발동되면서 경기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7월 셋째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142만건을 기록하면서 16주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대외적으로도 미국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미국의 코로나19 방역 실패로 미국은 모든 나라가 기피하는 1순위 국가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 1일부터 제3국 시민의 입국을 재허용하면서 미국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반해 중국은 포함됐다.
캐나다와 멕시코 역시 미국이 국경을 봉쇄했지만 이제는 국경 봉쇄 조치의 연장을 내심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도 미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여행객은 국적에 상관없이 2주간 자가격리를 여전히 실시하고 있다.
외국을 향해 호기있게 코로나19 유입을 막겠다며 봉쇄했지만 이제 미국민에 대한 빗장을 걸고 있는 외부 국가들의 봉쇄 해제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신세로 전락했다.
영화 ‘쿼바디스’에서 예수의 제자 베드로는 박해를 피해 가던 길에 예수의 환상을 보고 이렇게 묻는다. “쿼바디스 도미네.” 이에 예수는 “다시 십자가를 지려고 로마로 간다”고 답한다. 또 다른 자기 희생을 하겠다는 뜻이리라.
그렇다면 코로나19 시대에 우리는 묻는다. “쿼바디스 USA.” 돌아올 답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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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 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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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4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콘트롤타워의 부재! 한국과 미국의 위치 역전처럼 여겨집니다. 한국의 메르스 사태가 떠오르네요.
People who worry about looking good typically hide what they don't know and hide their weaknesses, so they never learn how to properly deal with them and these weaknesses remain impediments in the future. These people typically try to prove that they have the answers, even when they really don't.
다른 나라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 조기 발견 시스템이 구축되있고 또 그들을 역추적해 전파를 막는 적극적인 조치를 하고있는 반면 미국은 초기에 코로나를 감기쯤으로 가볍게 여기다 된통 맞았고 지금까지도 마스크를 쓰느냐 마느냐 바이러스가 중국탓이다 하면서 국민들 달래려 달러나 마구 찍어내 배풀고 있으니 걱정입니다.
미 국민의 의식이 변하지 않는한 남을 배려할줄아는 겸손을 배우고 실천할려는 의지가 없는한 미국은 지구촌의 고아가 될 날도 머지않았지만 부자가망해도 3년을 먹을게 있다고 아직도 미국은 세계 제일의 많은 분야가있으니 지금부터라도 마음 밭을 가꾸어야 할 뒤돌아 볼 좋은 기회로 이 코로나사태를 역 으로 반성허며 배우며 지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