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고 난 것 같다. 꿈의 구석구석 피어나던 얼굴들, 목소리, 대화, 허기와 포만감, 컴퓨터와 핸드폰 검색, 어르신들과 직원들과의 업무와 사교 등등 하루의 일과가 생각난다. 때로는 긴박하게 돌아가던 코드 블루와 STAT 상황들, 하루에도 여러 차례 드나들던 앰뷸런스와 스태프들, 위급했던 순간마다 나의 심장 박동도 빨라져 종종걸음을 쳤었던 기억.
어르신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면서 보낸 시간들은 손마디에 굳은살이 박이듯이 단단해졌다. 간호팀은 아니지만 어르신들의 건강 상태, 질병, 식사량 체크, 병원 일정 등을 같이 챙겨야하는 요양원의 한국직원의 업무 특성은 공적인 직원의 업무와 함께 개인적으로는 부모님 대하듯이 모시게 된다. 한 공간에서 같이 한솥밥을 먹고 궂은 일, 좋은 일을 챙겨주고 부대끼는 가족이 된다.
그 직장을 그만둔 지 일 년 남짓, 요즈음 코비드 19으로 인해 요양원 입주자들의 감염이 확산되고 사망자가 속출하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정말이지 남의 일 같지 않다.
요양원은 전염병을 피해갈 수 없는 곳이다. 연세 많은 어르신들은 저마다 기저질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요양원에서 이 분들을 돌보는 간호팀과 한인 직원들은 긴장의 끈을 조여매고 출퇴근을 감행하는 어려움에 봉착했을 것이다. 온종일 마스크를 쓰고 일을 해야 할 것이다. 혹시라도 자기도 모르게 남을 감염시킬까봐 들락날락할 때마다 수시로 손을 씻고 일하고 퇴근해서는 입던 옷은 모조리 세탁할 것이고 행여 가족들에게 누가 될까봐 스스로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겠지. 그리고 어르신들에게 위급한 상황이 왔을 때 한 마디의 말과 따뜻한 눈빛을 잃지 않으려 마음을 다잡아야 할 것이다.
그만두지 않았다면 나 역시 거기서 동료들과 더불어 그 일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에게는 다 자기 몫의 시간과 때가 있는지 오래 동고동락했던 동료들은 아직도 일하고 있는데 나는 이제 마치 꿈을 꾸고 난 것처럼 그곳에 대한 기억이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다. 다만 모두 다 안전하기를 소망할 뿐.
아침에 출근하면 퇴근할 때까지 여덟 시간 동안 적어도 하루 오십 번 이상은 배를 움켜잡고 깔깔거리며 웃을 일이 많았던 곳, 한국에 계신 친정엄마한테 다 못하는 효도를 이 분들에게 한다는 마음으로 입주자들께 어머니, 아버지라고 불렀던 곳, 봄과 여름 내내 뒷마당에 형형색색의 화사한 꽃들이 피어나는 곳, 6월이 오면 여름 시작부터 가을 초입까지 요양원 입구에 배롱나무가 붉게 피어나는 그 곳이 그립다.
나는 소망한다. 사랑하는 어르신들과 직원들이 계시는 그곳에 바이러스가 물러가고 다시금 평화로운 일상이 찾아들기를… 모두 안전하기를! 그래서 하루에도 수차례 웃음꽃이 자지러지게 피어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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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경/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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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1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나이 들어서 기저질환으로 고생하지 않으려면 젊어서부터 건강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젊음을 믿고 함부로 살면 나중에 반드시 댓가를 치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