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의 안전사고는 수십년째 반복되며 도무지 사라지지 않는다.
폭설에는 지붕이 무너지고, 불이 나도 탈출하지 못해 다치거나 죽는 사람이 생긴다. 최근에는 철거 중 건물이 무너져 사상자가 속출했다. 도대체 건설현장에서 끊이지 않는 사고의 원인은 무엇인가.
일단 해당 업무를 하는 작업자들의 부주의와 의식 부족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하지만 개인의 역량으로 치부할 수 없는 더 큰 구조적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매우 형식적이기만 한 행정절차와 시스템이 첫 번째 원인이고, 두 번째는 현실성 없는 경제적 대가 지불 환경이다. 안전에 들이는 비용을 너무 아껴 벌어지는 사고가 태반이었다.
당장 화재 관련 건축행정 지침부터 논란의 소지가 있다. 불이 났으니 외단열 구조에서 사용하는 도막 재료를 쓰지 말라는 지침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하면 화재가 나지 않는 걸까.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용접 과정, 과열로 화재의 원인이 되곤 하는 실외기 배치, 전선 피복이 벗겨진 채 늘어진 뒷골목의 전깃줄 등은 차치하고. 사실 건축재료만 화재사고의 주범처럼 다뤄지는 행정 방식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그동안 벌어진 사고의 원인을 보자. 20년 전 삼풍백화점 붕괴는 옥상에 무리한 적재와 에어컨 실외기의 이동 때문임이 밝혀졌고, 제천 화재는 주차장에서의 부주의한 작업과 피난 통로를 막은 각종 적치물이 피해를 키웠다. 오래전 테헤란로 건물 화재는 실외기 과열에서 시작됐다. 왜 이런 원인에 대한 근본적 대책은 강화하지 않는가.
미국은 목재, 심지어 합판으로도 5·6층 아파트를 거뜬히 짓는다. 그럼에도 주거환경은 안전하다. 엄격한 관리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 인테리어를 바꾸더라도 전기와 소방 관련 부분은 공공자격을 위임받은 점검자나 건축사가 일일이 확인하고 승인해야 한다. 카페 손님이 늘어 테이블과 의자를 계획보다 더 배치하려면 점검자나 건축사에게 승인을 받는다.
실외기 등의 시설물은 수시로 관리·점검할 필요가 있다.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엄청난 벌금을 물어야 하고 세입자도 의무가입하는 화재보험 요율이 대폭 오른다.
엄격한 관리체제가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다. 건축 자재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강제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관리 시스템을 엄격히 하면 충분히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을 선진국 사례에서 볼 수 있다.
안전을 위한 비용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공사기간이 수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릴 현장의 감리자와 단 몇백만원에 계약한다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다.
전문가인 감리자의 인건비에도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이것이 부실감리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다. 결국 이 모든 것이 발주자의 인식 부족에서 시작된 일이다. 이제 우리도 유지관리와 안전에 대해 정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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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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