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스트로이어’(Destroyer) ★★★ (5개 만점)
▶ 16년 전 비극 후유증앓이, 갱 쫓는 앤티히로인 범죄물

안팎이 모두 죽은 LA형사 벨은 복수를 하려고 살인범인 갱두목을 집요하게 쫓는다.
차갑도록 아름다운 니콜 키드만은 ‘세월’(The Hours)에서 유난히 큰 가짜 코를 하고 연기해 오스카 주연상을 타더니 이번에는 상거지 꼴을 한 산 송장처럼 변신해 골든 글로브 주연상 후보(드라마)에 올랐다. 그러나 그의 연기는 보는 사람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가 있다.
LA를 무대로 한 느와르 범죄영화인데 키드만이 헝클어진 가발에 텅 비고 움푹 파인 눈 그리고 쉰 목소리에 지친 듯 느려빠진 걸음을 걸으면서 안팎으로 죽은 사람을 닮아 알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태양이 작열하는 불길한 기운이 가득한 LA가 인물만큼이나 중요한 구실을 하는 영화로 지나치게 어둡고 절망적이며 암담해 두 시간이 넘는 상영시간 내내 보는 사람의 안팎을 불편하게 만든다. 이와 함께 플롯이 암중모색하듯이 갈팡질팡하면서 얘기를 쓸데없이 복잡하게 엮는 것도 결점이나 더러 강한 압박감을 느끼게 하는 기술적으로는 잘 만든 영화다.
작취미성인 LA형사 에린 벨(키드만)이 살인시건 현장에 도착한다. 그리고 벨은 사체 근처에 놓인 염색이 된 100달러 지폐를 보자마자 범인이 흉악한 갱두목 사일라스(토비케벨)라는 것을 안다. 이와 함께 벨이 어두운 과거를 회상하면서 얘기는 현재와 과거를 걸쳐 서술된다. 이어 벨은 사일라스를 찾아 나선다.
16년 전 벨은 동료 형사로 자기 애인이 된 크리스(세바스티안 스탠)와 함께 사일라스가 연루된 사건을 수사하다가 일이 큰 비극으로 끝난다. 벨은 아직도 이 비극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벨은 10대난 딸 쉘비(제이드 페티존)와도 거리가 멀어져 완전히 내면이 빈 사람이 됐다.
벨은 증거 조작도 마다 않는 부패한 형사로 일종의 앤티히로인 인데 사일라스를 추적하면서 자신의 어두운 과거로 접근하게 된다. 그러나 그가 사일라스를 잡으려고 혈안이 된 것은 결코 정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복수와 양심의 가책 때문이다. 영화는 다시 처음의 사건 현장이 등장하면서 끝이 나는데 벨의 구원을 찾을 길 없는 모습이 안쓰럽다.
여류 카린 쿠사마 감독의 연출 솜씨는 매우 기능적이나 서술형태가 자연스럽다기보다 작위적이라고 해야 옳겠다. R등급. Annapurna작. 일부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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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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