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결국 망 중립성 원칙을 폐기했다. 통신망 사업자가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고 차별 없이 다뤄야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버라이즌, 컴캐스트, AT&T 등 통신사업자는 합법적으로 인터넷 트래픽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거나 특정 서비스를 차단하는 ‘갑’의 권한을 가졌고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인터넷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IT기업들은 ‘을’이 됐다. 넷플릭스처럼 데이터 소모가 많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망 중립성 폐기로 통신사에 지불해야 할 망사용료가 급증할지 모른다.
반면에 스트리밍 서비스 후발 주자인 컴캐스트와 디즈니는 치열한 인수전을 치르고 있다. AT&T의 타임워너 인수·합병이 승인되면서 최대 통신업자인 컴캐스트가 지난해 디즈니로 인해 포기한 21세기 폭스 인수에 다시 뛰어들었다.
사용자 입장에서 통신-미디어 기업 합병의 잇점을 따져 보면 이렇다. 미국내 2위 통신사인 AT&T가 인수한 타임워너는 TBS 방송을 비롯 영화사 ‘워너 브라더스’, 케이블 채널 HBO, 뉴스 미디어 CNN, 만화방송 ‘카툰 네트웍’ DC 엔터테인먼트 등을 소유한 거대 컨텐츠 기업이다. 특히 워너 브라더스는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 반지의 제왕 시리즈, 배트맨, 수퍼맨, 원더우먼 등의 판권을 갖고 있다.
AT&T는 2016년 말 디렉TV를 인수해 ‘디렉TV 나우’ 서비스를 제공한데 이어 스트리밍 서비스 ‘AT&T와치TV’를 내놓았다. AT&T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가 타임워너 콘텐츠를 무료 이용하는 서비스다. 다시말해 AT&T가입자는 배트맨 영화를 무료 시청하고 데이터 비용 부담도 없지만 타사 가입자는 15달러의 월구독료와 데이터 사용료를 걱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된다 싶다. 그런데 왜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까. 주관적인 가치로 데이터 비용을 줄이면서 다양한 컨텐츠를 무료로 보는 선택의 특권이 뷔페에 가서 본전 찾고 돌아오기 보다 100배는 힘들게 느껴진다.
브랜드를 중시하던 ‘사치’의 시대는 갔고 제품의 사용경험을 중시하는 ‘가치’의 시대가 왔다고 한다. 마케팅 분야 베스트셀러 ‘절대 가치’(Absolute Value: What Really Influences Customers in the Age of (Nearly) Perfect Information)의 저자인 이타마르 시몬슨 스탠포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짙어낸 트렌드다. 그가 말하는 절대 가치란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할 때 경험하게 되는 품질 또는 가치다. 소비자들의 평가에 의존해 상품을 선택한다는 주장으로 스마트폰 사용자 다수가 리뷰 앱 ‘옐프’(Yelp)를 애용하는 이유가 절대가치의 한 예다. 순간 순간 내리는 결정에 따라 급속도로 변하는 스스로의 삶에 이제 데이터 사용료 부담 계산까지 더해졌다. ‘아는 만큼 보인다’에 ‘검색하는 만큼 안다’가 더해져 머릿속이 분주하고 손가락도 바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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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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