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녀 몰과 야수 파스칼(오른쪽)은 주위의 눈길을 무시하고 사랑에 함몰된다.
애매하고 함축성 있는 제목을 가진 이 영화는 끝까지 우리의 기대를 뒤집어 엎어놓는 분위기 스산한 범죄 심리 스릴러요 정열이 뒤끓는 러브 스토리이자 공포영화에 가까운 살인 미스터리요 일종의 우화다. 내용이 프랑스 우화 소설 ‘미녀와 야수’를 생각나게 하는데 영화는 이 글과 달리 매우 어둡다.
감정과 정열을 눌린 채 사는 어두운 과거를 지닌 여자와 역시 어두운 과거를 지닌 정체불명의 야성적 남자간의 활활 타들어가는 사랑과 이들 간에 벌어지는 고양이와 쥐의 심리적 게임을 강렬한 연기와 함께 계속해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기민한 연출 수법으로 다룬 영국 드라마다. 욕망과 위험 그리고 순수와 죄의식이 음험하게 뒤엉킨 쓴맛 나는 드라마다.
그림 같은 작은 섬 저지에 사는 20대 후반의 빨강머리 몰(제시 버클리)은 엄격한 어머니 힐라리(제랄딘 제임스)와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여동생과 오빠는 다 결혼했지만 몰은 가혹할 정도로 지배적인 어머니의 지시를 받으며 감정의 문을 닫아 걸은 채 질식할 것 같은 삶을 살고 있다.
몰은 집에서 열린 자기 생일 파티에서도 한 쪽에 밀려 있다가 갑자기 파티 장소를 떠나 바에 들러 술에 취해 미친 듯이 춤을 춘다. 그리고 이튿날 새벽 거의 홈리스 차림의 사냥꾼 남자 파스칼(자니 플린)을 만나면서 둘은 서로에게 강하게 이끌린다. 비록 파스칼은 허름한 차림이나 야성적 매력을 지닌 미남. 둘은 서서히 가까워지는데 몰은 짓눌렸던 정열이 용솟음치면서 파스칼을 불타듯이 사랑하게 된다.
한편 마을에서 소녀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전과가 있는 파스칼을 지목한다. 그러나 소녀 시절 폭력적인 사건을 저질렀던 몰은 파스칼을 절대적으로 믿고 그를 옹호하려고 경찰에 허위 진술까지 한다. 몰과 파스칼은 같은 종류인 셈이다.
영화는 과연 누가 야수요 짐승인가를 명확히 밝히질 않으면서 우리의 궁금증을 부추기고 있다. 애완동물과 같은 버클리와 야생동물 같은 플린이 서로 애증에 가까운 감정의 줄다리기를 하며 정열적이면서도 통렬한 로맨스 불꽃을 태운다. 기막힌 콤비를 이룬다. 그리고 섬의 아름다운 풍경에 상반되는 내용과 주인공들의 어두운 내면을 잘 대비시킨 촬영도 매우 좋다. 마이클 피어스의 감독(각본 겸) 데뷔작으로 장인의 솜씨다. Roadside Attractions. 랜드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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