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스틴 전 감독·주연 '국'
▶ LA폭동 당시 캄튼 배경 가족·인종문제 생생하고 정감 있게 그려

일라이는 폭도로부터 신발가게를 지키려고 필사의 노력을 한다. 오른 쪽이 카밀라.
■ ‘국’(Gook)
★★★★
1992년 LA폭동이 나기 직전과 직후를 시간대로 흑인 거주지 캄튼의 인접지역 패라마운트에서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한국인 형제와 인근 흑인 주민들과의 관계를 그린 사실적이요 코믹한 기운이 배어있는 드라마다. ‘국’은 동양인을 멸시해 부르는 말.
한국계 배우 저스틴 전(‘트와일라이트 사가’)이 감독하고 각본을 쓰고 주연도 했는데 그의 피와 땀으로 맺어진 열정과 신념의 작품이다. 꾸밈없이 솔직하고 거칠도록 생생하며 감동적인 영화로 올 선댄스영화제 ‘넥스트 섹션’ 부문에서 관객상을 탔다.
가족과 인종문제 그리고 커뮤니티와의 관계 등을 힘 있고 강력하게 고찰하고 있는데 급박하고 폭력적인 상황 속에서도 유머와 여유 그리고 감상성을 잃지 않고 차분하고 정감 있게 작품을 이끌어 가고 있다. 전 감독의 앞날이 밝아 보인다.
밤하늘에 타오르는 불길을 배경으로 흰 셔츠를 입은 소녀가 춤을 추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영화에서는 후에 두 형제와 이 소녀가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오는데 인종의 벽을 넘어선 아름다운 가족애를 느끼게 된다.
한국계로 책임감이 강한 일라이(저스틴 전)와 그의 ‘인생은 즐기는 것’이라는 생활 태도를 갖고 있는 래퍼 지망생인 동생 대니얼(데이빗 소)은 패라마운트에서 아버지가 세운 여자용 신발가게를 운영한다. 손님은 대부분 흑인. 일라이는 동네 흑인 청년들과 대립관계를 유지하면서 공존하는데 늘 이들의 협박과 폭력의 기운 속에 살고 있다. 누군가가 일라이의 흰 차 본넷에 ‘Gook’이라고 낙서를 한 것이 그 실례다.
이 가게에 상주하다시피 하는 것이 11세 난 흑인 소녀 카밀라(시몬 베이커). 카밀라는 오빠 키스(커티스 쿡 주니어)의 말을 안 듣고 학교를 땡땡이 치고 가게에 와서 심부름을 하는데 특히 일라이와 가깝다. 일라이와 대니얼과 카밀라는 피부 색깔이 다른 한 가족이다. 그런데 키스는 일라이의 신발가게에 개인적 원한이 있다. 그 이유는 나중에 밝혀진다.
신발가게 건너편에서는 해병대 출신의 김씨(저스틴의 친아버지 상 김으로 김씨는 실제로 4.29폭동 당시 사우스 LA에서 경영하던 가게를 약탈당했다)가 리커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흑인에 대한 불신에 사로잡힌 김씨는 가게에 카밀라가 나타나면 물건을 훔쳐 갈까봐 신경이 곤두서는데 그래서 둘 사이에 F자 상소리가 난무한다. 그리고 이로 인해 카밀라의 친 오빠와도 같은 일라이와 김씨 사이에도 F자 설전이 벌어진다. 후에 김씨와 일라이가 담배를 태우면서 화해를 하는 모습이 가슴 싸하니 감동적이다.
TV를 통해 로드니 킹에 대한 백인경찰들의 구타장면이 계속해 나오고 이어 열린 재판에서 기소된 경찰들에 대해 무죄평결이 나면서 폭동이 일어난다. 폭동의 기운이 서서히 패라마운트로 이동하면서 키스는 동료들과 함께 신발가게에 대한 약탈을 시도한다. 이를 결사적으로 막으려고 하는 일라이와 대니얼과 카밀라. 연기들이 모두 뛰어난데 특히 신인 베이커가 당찬 연기를 한다. 흑백 촬영도 아름답다.
아크라이트(선셋과 바인), 리갈 LA라이브(다운타운)
<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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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의 김혜자를 연상케하는 첫장면. 인상적이긴 한데 스토리와 겉돌아 아쉽네요. 피해의식에 잡혀있는 한인시각에서 LA폭동을 다룬게 아니라, 가족문제, 인종문제, 세대문제, 꿈과 현실 차이등 도시서민들의 삶을 담담히 그리고 있어 좋았습니다. Justin 감독은 이 영화를 'urban story'라 평하던군요. 인간이야길 다루는 감독의 다음행보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