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한국에서 10대 소녀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8세 여자 초등학생을 유괴해 살해한 뒤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같은 잔혹한 살인의 범인이 10대 소녀로 밝혀지자 한국 사회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특히 10대 소녀가 우울증과 조현병(정신분열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회적으로 우울증 등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이들에 대한 대책 마련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인구는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0년새 18.4%나 증가했고 전 세계 인구의 4%에 해당하는 3억 2,200만명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
특히 노인, 여성, 청소년이 우울증에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우울증으로 인해 매년 80만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끔찍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아울러 경제적 손실 규모도 연간 1조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며 그 심각성은 날로 더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날로 늘어나기는 LA 한인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한인들의 경우 정신건강에 이상이 발생했다고 느껴도 숨기거나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몇 번의 치료로 완치될 수 있는 가벼운 증세도 이를 방치함으로써 악화시킬 위험이 높다. 이런 경우 타인을 공격하는 강력한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정신질환 발병에는 스트레스로 인한 심리적 요인이 크게 영향을 미치는데 한인들의 경우 이민생활에서의 낮은 삶의 만족도, 생계유지 스트레스, 가정 및 직장에서 대인관계의 어려움, 상실감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해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LA카운티 정신건강국(LACDMH)에 따르면 한인 포함 아시아계의 17.3%가 일생 중 한 가지 이상의 정신질환을 앓는다. 젊은층을 포함해서 한인들이 겪고 있는 대표적 정신질환은 우울증, 조울증, 약물중독, 거식증 및 폭식증, 조현병 등이다. 구체적으로 한인 정신질환자 중 60%는 우울증, 15%가 치매, 15%가 약물중독, 9%가 불안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어 인종 구분 없이 정신건강 치료 및 상담 필요도는 비슷하지만, 아시아계 특히 한인들은 정신질환을 숨기려고 하는 문화 때문에 문제가 있어도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지 않는 비율이 백인보다 3배 정도나 높다. 그래서 통계에는 잡히지 않아도 실제로는 우울증을 앓는 한인들이 더욱 많을 것으로 정신건강국은 내다봤다.
‘마음의 감기’라고 하는 우울증은 대중적인 증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또한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도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남녀노소 불구하고 현대인들은 온갖 스트레스 속에 살고 있다. 한마디로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혹시나 남몰래 우울증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주변인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주면 어떨까. 그들이 보내는 전조증상에 귀를 기울여 준다면 추후에 발생할 수 있는 더 큰 개인적, 사회적 손실을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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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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