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고수들 상대로 신형 알파고, 6일간 60전 전승
▶ 이세돌 승리가 마지막? 박정환-커제도 추풍낙엽 신세

지난해 3월 알파고와의 역사적인 맞대결에서 패했지만 4국에서 귀중한 1승을 따냈던 이세돌 9단은 알파고를 꺾은 마지막 인간기사로 남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오른쪽 위는‘알파고’로 밝혀진 복면기왕 ‘Master‘ <연합>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Go)가 ‘복면기왕’으로 인터넷 무대에 나타나 한·중·일 바둑을 초토화시키며 화려한 복귀를 예고했다. 전보다 훨씬 더 강해져서 돌아왔다.
최근 한국 인터넷 바둑 사이트에서는 세계 최정상급 바둑 기사들을 연파한 정체불명의 고수가 등장해 화제가 됐다. 타이젬에서 ‘Magister‘라는 아이디(ID) 이용자가 지난해 12월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30전 30승을 달렸고, 한큐바둑에서는 ’Master‘라는 아이디 이용자가 지난 2∼3일 20전 20승을 거뒀다. Master는 이벤트를 하루 연장해 지난 4일 10판을 추가로 뒀고 또 전승했다. Magister와 Master가 합쳐 총 6일동안 무려 60연승을 거둔 것이다.
더구나 상대는 세계 최고수 프로기사들이었다. 한국 랭킹 1위 박정환, 중국 랭킹 1위 커제, 일본 랭킹 1위 이야마 유타 9단 등 한·중·일 최강자들을 비롯해 내로라하는 세계 최고수들이 줄줄이 추풍낙엽처럼 이 무시무시한 ‘복면기왕’의 제물이 됐다. 바둑계 전문가들은 이 ‘복면기왕’이 6일간 60판을 두는 등 인간으론 도저히 불가능한 모습을 보였고 기풍도 지난해 이세돌 9단과 대결한 알파고와 비슷한 점을 들어 업그레이드된 ‘알파고’일 것으로 점쳤다.
그리고 그 예상은 맞았다. Master의 추가 10국이 끝난 뒤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알파고의 새 프로토타입(시제품)을 시험하고자 최근 며칠 사이에 Magister와 Master라는 아이디로 온라인 바둑 경기를 했다”고 밝혀 알파고가 돌아왔음을 알렸다.
이번 업그레이드판 알파고가 딥마인드 연구진의 기대에 얼마나 부응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허사비스 CEO는 “이번 대국의 결과와 교훈, 새 알파고의 성공적인 바둑에 기뻐하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3월 이세돌 9단과 대국했던 알파고보다 더 강해진 것이다.
당시 알파고는 인간 대표인 이세돌 9단을 4승1패로 완파해 바둑계에 충격을 줬다. 그러나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허점을 간파당해 4국에서 버그를 일으키며 자멸, 1패를 당했던 것은 딥마인드 연구자들이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 딥마인드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지켜보며 보완할 점을 연구했고 지금까지 개선 작업을 펼쳤다.
바둑계는 이번 60번의 대국이 한마디로 알파고의 ’독무대‘였다고 평가한다.
이번 대국에 참여한 박영훈 9단은 한큐바둑에 “초반 80여 수까지 실수 없이 바둑을 두었는데 형세 판단을 해보니 집으로 밀려 있었다. 두터움이란 추상적인 개념까지도 정확하게 집으로 포착하고 분류해내니 이제는 인간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대인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안성준 7단도 “알파고는 모든 판을 압도적으로 이겨간다. 전에 4국에서 승리한 이세돌 9단 외에는 이긴 사람이 나올지?”라며 인간이 알파고를 이길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봤다. 알파고의 연승 행진이 이어진다면 이세돌 9단은 알파고를 이긴 최후의 인간으로 남게 된다.
그러나 바둑 기사들은 무력감보다는 샘솟는 도전의식을 느끼고 있다. 한큐바둑의 하영훈 이사는 “대국에 참여한 기사들은 알파고를 실력이 센 한 명의 기사로 인정한다. 이들은 경쟁 상대가 나왔다는 점을 반긴다. 고수가 나타나면 더 이기고 싶어 하는 게 바둑 승부사들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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