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도 이제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 성탄절이 며칠 앞으로 다가온 이 시점에 올 한 해를 돌아보니 한인사회에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안타까웠던 것은 교계의 분쟁이다. 오랜동안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던 교인들이 편을 갈라 싸우고, 목회자들이 소송에 휘말리는 사건들이 올해에도 있었다.
LA 지역에서 대표적인 한인교회인 어느 대형교회는 담임목사 면직 사태로 홍역을 앓더니 결국 법적 소송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런가하면 남가주 지역 한인 기독교계 목회자들을 대표한다는 단체는 내분이 발생하면서 회장과 수석부회장 간 폭로와 소송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한인교회 분란 사태를 취재하면서 현장에서 느꼈던 것은 문제가 어느날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동안 교회 내부에서 쌓여온 갈등이 곪을 대로 곪아 터지면서 원만한 합의를 통한 해결이 극히 어려워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분란이 생긴 교회 취재 중 만나본 교인들은 하나같이 ‘교회의 정상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정상화를 위해 상대 측 의견을 받아들이거나 이해하려는 태도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주장과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가 비판의 목소리만 높이니 ‘정상화’는 말뿐이었다. “우리는 옳고 저들이 잘못이다”는 입장만 고수하면서 타협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목회자 단체의 내분 사태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였다. 회장과 수석부회장을 맡았던 목회자들끼리 날선 상호비방이 난무하더니, 폭언에 폭행 시비로 이어졌다. 사태는 소송으로까지 번지고 결국은 협회가 양분돼 갈라지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밖에도 올해 한인 교계에서는 회계 담당 교인이 교회 공금을 수년 동안 횡령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는가 하면, 교회 건물 등 재산권을 둘러싸고 내부적으로 소송이 제기되는 등 분쟁이 심심찮게 발생했다.
물론 이런 추한 모습들은 한인 교계 전체가 아닌 극히 일부의 모습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를 바라보는 한인들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기독교의 본질인 사랑과는 거리가 먼 모습들이기 때문이다. 겸손한 자세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기도로 마음의 평안과 안식을 얻으며, 사회와 이웃을 돌아보는 교회 본연의 모습과 너무도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아기 예수가 세상의 빛으로 이 땅에 오신 것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가 이제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성탄절을 맞으며 각자 자신들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기독교인으로서 처음 신앙을 가졌을 때의 순수한 열정을 기억하고, 한인 이민사회에서 교회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분쟁 중인 교회와 단체들은 성탄절을 맞아 비방전을 멈추고 크리스마스의 참뜻을 깊이 되새겨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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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규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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