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럼앤포 갤러리 12일 개막
▶ 40년 넘게 ‘접합’ 연작 작업, 마대-물감의 독창회화 열어

하종현씨 작품‘접합 16-52’(Conjunction 16-52, 2016).
시간과 공간, 물질과 물질, 물질과 허상을 통하게 하는 ‘기’를 만난다.
한국 단색화를 대표하는 1세대 작가인 하종현(81) 화백의 LA 첫 개인전으로, 다음달 12일 컬버시티의 블럼앤포(Blum & Poe) 갤러리에서 개막한다.
‘하종현 개인전’(Ha Chong-Hyun)은 최근 LA미술계가 주목하고 있는 한국의 단색화 사조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이다. LA와 뉴욕에 대형 갤러리를 갖고 있는 블럼앤포는 올해 초 LA아트쇼에 앞서 마련된 ‘단색화와 미니멀리즘’ 기획전에서 하종현 화백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어 하종현 화백은 뉴욕 개인전을 열었고 큰 호응에 힘입어 LA에서 플럼앤포의 두 번째 개인전을 갖게 되었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하종현 화백은 1970년대 한국 화단에 새로운 조형 질서를 모색 창조하자는 모토를 내세우며 진보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인 전위작가이다. 가공된 재료가 가지고 있는 형태 및 물성에 관심을 기울인 그는 1974년 첫 ‘접합’(Conjunction) 연작을 시작해 현재까지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접합’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삼베보다 더 거칠고 성긴 올로 짜인 누런 마대와 진흙 같은 물감 덩어리로 빚어진 ‘접합’ 연작에서 그는 캔버스의 앞면에 물감을 입혀 그림을 그린다는 기존의 회화적 고정 관념을 깨고, 화면 뒤에서 안료를 밀어내는 독창적인 방법으로 추상회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블럼앤포에 따르면 ‘단색화’라는 미술흐름은 1960년대 후반 전쟁이 끝나고 정치적인 불안이 팽배했던 시절 한국의 서양화가들 사이에서 커다란 물줄기를 이루며 한국 현대미술의 틀을 형성해온 미술사조이다. 일체의 구상성을 배제한 순수한 단색의 추상화로 촉각적이고 정신적이며 구축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작업이란 점에서 독특한 평가받고 있다.
하종현 화백의 ‘접합’ 연작은 시기별로 조금씩 모습이 달라진다. 1970년대 ‘접합’ 초기에는 마대와 물감의 거친 물성이 두드러지고, 1980년대는 조심스럽고 절제된 표현으로 고요한 명상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리고 1990년대부터 2009년까지 이어지는 ‘접합’ 시리즈에서는 크고 활달한 붓질에서 물감과 재료를 버무리는 그의 행위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2010년부터 그는 ‘색채’를 화두로 삼아 ‘이후 접합’ 연작을 선보이고 있다. 중성적 색조의 다소 무겁게 가라앉은 그의 캔버스가 40여년 만에 각양각색의 색을 만나 생의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 하종현 화백은 홍익대 미대 회화과 교수로 40여년간 재직했으며 2001~2006년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을 역임했다.
‘하종현 개인전’의 개막 리셉션은 오는 11월12일 오후 6~8시 블럼앤포(2727 La Cienega Blvd.)에서 열리며 전시는 오는 12월17일까지 계속된다.

‘접합 13-110’(Conjunction 13-11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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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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