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6개월도 채 남겨두지 않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일 자신의 마지막 UN총회 연설에서 “북한은 핵실험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대북 추가제재 방침을 시사하며 연일 대북 강경발언을 이어가고 있지만 재임 8년간 대북정책이 결국 실패했다는 사실은 감추지 못했다.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와 지난 9일의 5차 핵실험은 오바마의 대북정책 실패를 더욱 도드라지게 만든다. ‘오바마 독트린’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외교안보 분야에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오바마는 왜 유독 대북정책에서는 성과를 내지 못했을까.
오바마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군했고, 이스라엘의 격한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이란과의 핵 협상을 타결해내는 성과를 보여줬을 뿐 아니라 55년간 적대관계를 이어왔던 쿠바와는 국교를 정상화한 성공한 외교안보 대통령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단 하나 성과를 내지 못한 예외가 있다면 바로 대북정책이다.
오바마가 대통령에 취임한 지난 2008년부터 북한은 세 차례나 핵실험을 감행해 스스로 ‘세계 9번째 핵 보유국가’를 선언하기까지 했으니 뼈아픈 실패가 아닐 수 없다. 뉴욕타임스도 오바마의 대북정책을 ‘실패’로 규정했다. 지난 7년 여간 오바마가 고수한 소위 ‘전략적 인내’라는 대북정책은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동북아의 안정도 가져다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왜 유독 북한 핵 문제에서는 성공하지 못했을까.
정치학자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무능과 무대책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개입주의적 공세도 취하지 않으면서 현실적인 대화와 협상도 회피해버린 ‘무대책’의 정책과 근거 없는 ‘북한 조기붕괴론’에 사로잡힌 ‘무능함’이 대북정책의 실패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북한 김정은 정권을 ‘미치광이 이론’으로 분석한 뉴욕타임스의 지적도 시사점이 크다.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하며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벼랑 끝 전술을 고집하는 북한 정권을 이해할 수 없는 ‘미치광이’로 치부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그간 체제보장을 최우선시하는 북한 정권은 ‘미치광이’가 아니라 ‘미치광이인체 하는’ 지극히 ‘합리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합리적 선택’이 올바른 결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리비아의 가다피와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붕괴를 목격한 북한에게 ‘핵전략’은 합리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의 정신상태는 통제불능”이라거나 북한 정권은 “미치광이”라는 정세판단으로는 문제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베트남전 당시 닉슨 대통령이 북베트남을 상대로 핵전쟁 위협수위를 높이는 ‘미치광이’ 전략을 사용한 것처럼 북한의 핵실험도 ‘대화와 협상’을 위한 ‘미치광이 행세’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늦었지만 북한의 이같은 ‘미치광이’ 전략을 간파했다면 이란과 쿠바에게 보여줬던 현실주의적인 ‘대화와 협상’ 전략을 택하는 것이 북핵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마뜩찮고 불편하겠지만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선택지가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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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목 정책사회팀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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