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블랜드 공화당 전당대회와 필라델피아 민주당 전당대회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특히 지난 주는 내가 몸담았던 민주당 전당대회여서 자세히 경청하며 낯익은 민주당의 거물 정치인들을 보노라니 36년 전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가 떠올랐다.
1980년 시카고 민주당전당대회에 나는 글렌데일 지역 대의원으로, 또한 미국 민주당 한인총회 의장 자격으로 참석하였다. 당시 현직 대통령으로서의 프리미엄을 가진 지미 카터 대통령의 재선은 따논 당상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워낙 인권을 중시하고 있었던 지미 카터 대통령의 인기는 바닥을 치고 있었다.
당시 전당대회의 많은 찬조 연설자 중에서 나는 30대 후반의 젊은 아칸소 주지사의 연설을 듣고 언젠가는 그가 미국 대통령이 되리라고 마음속에 찍어 놓았었다. 바로 빌 클린턴이었다. 마침내 그는 후일 미국 42대 대통령이 되었으며 나와는 꽤 깊은 인연 속에 한 세대를 지났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그의 연설을 들으며 역사의 흐름 속에 깊은 감회를 느끼고 있다.
그는 전당대회 둘째 날 그의 부인 힐러리를 위해 추천 연설을 하였다. 이미 70을 넘어선 노 대통령이 되었으나 그의 연설은 예나 다름없이 창창하고 설득력 있었다.
나는 1995년 7월 백악관 국빈만찬의 날을 잠시 회상하였다. 한국의 김영삼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 알링턴 국군묘지 내의 한국 참전용사 기념비 제막식 행사에 참석하였다. 국빈 방문 모든 행사와 만찬이 끝나고 마지막의 행사인 국빈 무도회는 정말 호화롭고 찬란한 행사였다. 클린턴 대통령 부부, 앨 고어 부통령 부부, 몇몇 장관 부부 그리고 유명인사들 부부가 춤을 추었다. 그리고 난 후 클린턴 대통령이 “Steve, come out” 하는 소리에 나는 깜짝 놀랐다. 이 중에 또 Steve란 이름이 있는가? 하며 쭈뼛 거리고 있는데 나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나는 떨리는 가슴으로 미국 영부인과 춤을 추었다. 시간으로는 3분도 못 되지만 내게는 일생의 큰 추억이 되었다.
그 영부인이 이제는 미국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당의 공식 지명을 받은 후 수락 연설을 하며 “우리 함께 더 강한 미국을 만들자”고 했다. 미국 역사상 주요 당에서는 처음으로 여자 대통령 후보가 되었으며 퍼스트레이디, 연방 상원의원 그리고 외교 총책의 국무장관을 역임한 인물이다. 그리고 이제 대통령이 된다면 그야말로 역사는 완전히 바꿔지는 것이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은 그 어느 전당대회의 추천 연설 중 최고라 아니할 수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은 진실로 힐러리에게 정권을 이양해야 한다는 절대적인 의지가 담은 최고의 연설이었다.
8년 전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 중 서로 치고 받았던 그들이 이후 최고 통치권자와 외교 수장으로서 한 솥밥을 먹으며 이제는 한 팀이 되어 정권을 이어 주기 위한 과정을 보면서 미국의 민주주의를 실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고 힐러리 여사가 등단하여 서로 얼싸 안았던 장면은 최상의 장면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
11월 선거가 100일을 채 못 남겨두고 있다. 공화 민주 양당 후보의 피 나는 유세전이 예상된다. 어느 후보가 국민의 마음을 더 많이 사로잡아 대통령에 당선 되느냐 하는 절대 절명의 순간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하지만 나는 이제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지키면서 조용히 지켜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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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길 / 전 민주당 한인총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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