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현진·김현수 이어 추신수까지…이틀 새 3명 DL행
▶ 조급함·부담감·책임감, 심리적 압박이 큰 요인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선수가 이틀 새 3명이나 줄줄이 부상자명단(DL)에 올라갔다.
류현진(29·로스앤젤레스 다저스)과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는 20일(이하 한국시간), 추신수(34·텍사스 레인저스)는 21일 부상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됐다.
다친 부위는 모두 다르지만, 부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이 가장 큰 문제다.
왼쪽 팔꿈치 통증으로 부상자명단에 올라간 류현진은 2014년까지 다저스 3선발로 활약하며 탄탄대로를 달렸다.
하지만 작년 5월 어깨 수술을 받은 뒤 상황이 달라졌다.
재활을 거치는 동안 다저스는 투수를 영입해 류현진 공백을 채웠고, 어깨 수술 뒤 제자리로 돌아온 선수가 드물다는 통계는 그를 짓눌렀다.
8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 640일 만에 빅리그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경기 내용과 결과 모두를 잡아야 한다는 심적 압박감을 피하기 힘들었고, 어깨가 아닌 팔꿈치에 과부하가 걸렸다.
류현진은 아직 다음 등판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구단은 "MRI 결과 팔꿈치에 구조적인 문제는 없다. 새로 나타난 부상은 아니다"라고만 밝혔다.
최근 주전 좌익수로 활약하던 김현수 역시 마찬가지다.
워낙 어렵게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한 만큼, 잠시 자리를 비운 뒤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누구보다 잘 안다.
11일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전에서 주루 도중 오른쪽 햄스트링을 다친 김현수는 "한국에서도 팀 트레이너가 회복속도에 놀랄 정도였다"며 회복을 자신했다.
구단 역시 김현수의 강한 의지를 인정해 뉴욕 방문 일정에도 동행했지만, 더는 기다리기 힘들다고 판단해 부상자명단에 올렸다.
게다가 올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현수는 숨 쉴 틈 없는 경기 일정과 한국과는 차원이 다른 이동 거리까지 처음 경험했다.
이에 적응하려다 보니 몸에 무리가 가 회복속도가 기대보다 더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14년 자유계약선수(FA)로 텍사스 유니폼을 입은 추신수는 책임감이 강한 선수다.
첫해는 부상으로 제대로 뛰지 못했고, 작년에는 초반 지독한 슬럼프를 겪은 뒤 후반기 극적으로 반등했다.
올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한 채 시즌을 준비한 추신수는 조금씩 몸이 삐걱거릴 때마다 팀 주축선수로 버텨야 한다는 책임감에 자리를 지켰다.
전반기 막판 허리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추신수는 회복만을 기다렸고, 20일 에인절스전에서는 9일 만에 선발 출전해 5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구단은 추신수가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결국 허리 염좌 증세로 부상자명단으로 그를 옮겼다.
추신수는 30대 중반에 접어든 베테랑 선수다.
잔 부상이 늘어날 시기지만, 추신수는 책임감으로 자리를 지키려다 올해만 세 번째로 부상자명단에 올라가는 신세가 됐다.
부상을 방지하려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며 쉬는 게 정답이지만, 언제 경쟁자에게 자리를 빼앗길지 모르는 메이저리거는 마음 편하게 쉬지도 못한다.
이런 상황은 이번에 부상자명단에 올라간 3명의 선수뿐만 아니라, 나머지 코리안리거도 마찬가지다.
한국인 메이저리거는 한국을 대표한다는 책임감까지 짊어지고 오늘도 그라운드에 나선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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